2013년 새해는 계사년(癸巳年). 뱀의 해다. 그것도 60년 만에 돌아오는 검은 뱀의 해다. '계(癸)'는 검은색을 뜻하니 '검은 뱀의 해'로 풀이한다. 2012년도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였다. 흑룡 띠의 아이를 낳으려 많은 부부가 노력할 것이라고 했는데 올해도 좋다는 흑사 띠지만 용보다 뱀에 대한 인식은 덜해 과연 어떨지 의문이다.
계사년이니 뱀 이야기를 우선 해보자. 사실 뱀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양면적이다. 농경 사회에서는 우호적이지만 유목사회에서는 거부감을 갖는다. 깨끗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반면에 징그럽고 사악한 동물 대접을 받는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차가운 체온을 냉철함으로 받아들이고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을 말 잘하는 이미지로 본다. 많은 알을 낳아 다산의 상징이 되는데 우리에게 뱀 꿈은 태몽이거나 길몽으로 간주한다. 꿈에 뱀을 만지면 부자가 되고 뱀이 치마 속으로 들어오면 아이를 갖고 구렁이에게 물리면 큰 인물이 될 아이를 낳는다는 것으로 해몽한다.
그런데 기독교·유대교·이슬람의 유목 문화권에서는 사악한 동물로 간주한다. 우리에게도 기독교 문화가 유입되면서 이런 이미지로 많이 각인됐다. 하필이면 사탄이 뱀의 형상으로 나타나 이브를 꾀어 선악과를 따먹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적대적인 동물로 취급 받는다.
그렇다고 서양에서 뱀이 완전히 사악함의 상징으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뱀은 재생과 불멸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며 겨울잠을 자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뱀이 가진 재생과 불멸의 상징은 구급차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사람을 살리려는 위급한 순간, 재생과 불멸을 기대하는 구급차에는 뱀이 휘감긴 지팡이 하나가 그려져 있다. 이것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그린 것이다. 그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뱀은 재생과 불멸의 상징이며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상징 문양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해 뱀의 해를 재생과 불멸의 해, 60년 만에 돌아오는 좋은 해로 인식하고 그렇게 만들도록 노력하고 그만큼 열매가 맺혔으면 하고 기대한다. 올해 2월 25일이면 한국은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마침 미국, 중국, 일본도 새 정부가 들어섰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여정이 예상되지만 뱀처럼 매끈하게 헤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재생과 불멸의 상징으로 2013년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지난해 말도 되지 않는 2012년 종말론을 거쳐나온 새로운 해라는 점이다. 믿은 사람도 거의 없었겠지만 어쨌건 종말이 온다던 2012년 12월 21일은 너무도 조용히 지났다. 그래서 2013년 뱀의 해를 맞았다.
재생과 불멸의 상징으로 뱀을 인식하든 사악한 동물로 인식하든 그것은 사람 나름이다. 올해를 자신의 생애에서 잊지 못할 재생과 불멸의 해로 만드는 것도 사람 나름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이라도 그렇게 되길 기원하는 새해 새 아침이길 바란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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