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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지난 토요일에 열린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박지성은 존 테리와의 악수를 거부했다. 박지성과 존테리는 양팀의 주장이다. 주장끼리는 두 번의 악수 기회가 있다.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이 인사를 할 때와 주장끼리 동전 던지기를 할 때다. 박지성은 두 차례 모두 존 테리가 내미는 손을 잡지 않았다.

악수 거부의 발단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팀 경기에서  QPR의 흑인 선수인 안톤 퍼디난드에게 존 테리가 흑인 비하 발언을 퍼부은 것이다. 존 테리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주장 완장을 박탈당했고, 당시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도 이 문제로 FA와 갈등을 일으킨 끝에 감독직을 사퇴했다.

존 테리는 영국 법정에 섰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죄 판결을 받은 데는 팀 동료인 애슐리 콜의 증언이 큰 도움이 됐다. 흑인선수인 콜은 존 테리가 인종차별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적극 옹호했다. 재판이 있기 전까지 콜은 안톤 퍼디난드의 친구였다. 결국 안톤 퍼디난드는 애슐리 콜과 의절했다.

맨체스트유니이티드의 흑인선수 리오 퍼디난드는 안톤 퍼디난드의 형이다. 리오 퍼디난드는 자기 동생이 인종 차별을 당하자 맨유와 첼시의 경기에 앞서 존 테리와 악수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경기 전 양 측 선수가 악수를 하는 순서를 아예 없애버린 적이 있다. 리오 퍼디난드는 존테리가 무죄 선고를 받자 유리한 증언을 한 애슐리 콜을 비하하는 글을 자신의 트윗에 올렸다가 벌금을 맞았다. 애슐리 콜을 '초코 아이스(choc ice)'라고 표현한 글을 올렸다가 벌금 4만 5000파운드를 물었다. 인종 차별 발언을 했다는 이유다. 초코 아이스는 흰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검은 초콜릿 옷을 입힌 얼음과자로 백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흑인을 뜻하는 속어다. 인종 차별을 당했던 퍼디난드 형제가 인종차별을 해서 벌금을 문 것이다.

영국 법정에서 존 테리에게 무죄의 면죄부를 준 것이 형평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판결에 반발하며 자체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FA가 존 테리의 인종차별 발언 혐의를 밝혀줄 유력한 증거로 지목되어 온 존 테리의 전화 통화내용을 요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무죄 여부와 상관없이 징계 의사를 밝혔던 FA가 정작 제일 중요한 증거물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사건을 슬그머니 덮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잉글랜드축구협회로서는 월드컵 예선 경기가 한창 진행되는 마당에 중요한 수비수를 하나 잃고 싶지 않다는 뜻일 게다.

박지성은 존테리의 악수를 거부했다. 동료에 대한 의리일 수도 있고, 인종 차별을 반대한다는 개념 행동일 수도 있다. 법원도 축구협회도 내리지 못한 인종차별에 대한 징계를 손을 잡아주지 않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점을 존 테리는 느낄 수 있을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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