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한 맥도널드에서 한인 노인들이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경찰을 불러 이들을 쫓아냈다가 미국 내 한인 단체들로부터 불매운동이라는 반격을 받았다. 이 사건은 뉴욕타임스의 뒤늦은 보도로 판이 커졌지만, 사건을 두고 맥도널드와 뉴욕 한인 사회 모두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자리를 차지한 한인 노인들 때문에 다른 고객을 놓친다는 맥도날드의 경영 논리와 사회적 약자인 노인을 배려하지 않고 노인 공경심이 없는 맥도널드의 인종 차별적 처사로 보는 한인 사회의 시각에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인 노인들이 문제의 맥도날드 가게에 오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부터지만 업주와 갈등이 고조된 것은 수개월 전이라고 한다. 나가달라는 업주의 요구에 한인 노인들이 못 나간다고 버티다 경찰이 출동한 것이 지난해 11월 이후 벌써 4차례다. 오래 앉아 있다고 경찰을 부른 것은 심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맥도날드 측은 "새벽 5시부터 노인들이 10시간 가까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바람에 다른 손님들이 앉을 곳이 없어 환불하고 나가 수차례 자리를 비달라고 해도 이를 무시해 어쩔 수 없이 경찰을 부른 것”이라며 매니저는 “여기는 맥도날드지, 시니어센터(경로당)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인 노인들이 쫓겨났는데 한인들이 가만있을까. 미국 내 한인 단체들은 해당 맥도널드 매장 앞에서 범 동포차원의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성명서에서 <노인 고객이 오래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을 불러 쫓아내는 것은 인종차별이자 노인차별이며, 전쟁의 참화를 딛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 국가로서 각 분야에서 정상을 달리기까지 일한 주역이며 존경받아야 할 대상인 한국 노인을 범죄자 취급한 것은 모든 한국인에 대한 모독이기에 2월 한 달간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전개>한다고 했다.
그런데 4차례나 경찰이 출동해 끌려 나올 정도로 수모와 눈치를 받으면서도 왜 뉴욕 맥도날드의 한인 노인들은 새벽 5시부터 굳이 그곳에 모였을까. 그런 점에서 뉴욕 맥도날드는 세계 도처 이민 1세대들이 겪고 있는 '노인 소외'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가 사는 영국의 한인 노인들의 쓸쓸함에 대한 반면교사인 셈이다.
이민 사회의 역사가 깊을수록 사람도 늙어간다. 전쟁 같은 생활고 속에 언어 장벽을 허물 여유는 꿈도 못 꿨던 이민 1세대의 외로움은 영국에도 고스란히 있다. 뉴욕 노인들에게는 그 비좁은 맥도날드가 차라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친구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뉴욕에서는 무료한 시간을 보낼 곳 없는 노인들이 카지노나 사설 도박장으로 가 더 큰 문제를 낳는다고 한다. 이곳도 마찬가지, 아니 더 하지 않을까. 갈 곳 없는 노인 문제는 지금 당장의 문제요,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올 똑같은 문제요, 그것을 해결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유기요, 수치다.
뉴욕 맥도날드는 뉴몰든의 반면교사임을 알고 우리는 올해 꼭 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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