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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조폭인가 국회의원인가

hherald 2013.07.03 19:00 조회 수 : 2537



국회의원과 조폭의 공통점은 패싸움하고, 망치를 사용하며, 조직이 있고, xx 당에 대표가 있듯이 xx 파에 두목이 있는 것이 흡사하다. 정치헌금을 받거나 관리비를 받으며 지역구를 맡고 있거나 나와바리라는 관리지역을 맡고  있으며 당 대 당이 싸울 때 조폭 대 조폭으로 싸운다. 국회의원이 뇌물을 받으면 조폭은 뇌물처럼 빼앗고 제 식구나 제 조직원을 감싸는 것은 똑같다. 

이번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국회의원을 조폭에 견주는 것이 결코 우스개나 무리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간략하게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잘못된 짓이라는 비판이 있자 김무성 의원이 흥분했던지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고 안 해야 될 말을 했다. (발언 직후 자신도 아차 싶었는지 회의를 속기하는 당 관계자를 향해 "이 발언은 지우래이"라고 했단다) 그러나 이 말은 유출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누가 외부에 흘렸는지 '색출' 작업이 이루어졌다. 김무성 의원에게 <어제 대표님 발언을 유출한 사람은 김재원>이라는 문자가 왔다. 마치 조폭처럼 발설자의 이름이 행동대장에게 보고됐다.

배신자로 몰린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자신은 결백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김무성 의원에게 보내며 눈물로 호소한다.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에게 보낸 문자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형님, 김재원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뵈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먼저 문자메시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최고중진회의에서 형님 말씀하신 내용에 대한 발설자로 제가 의심받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저는 그저께밤 30년 단짝친구가 사망하여 수원 화장장 장례식에서 밤새 있다가 회의에 들어갔던 터라 비몽사몽 간이어서 형님 말씀에 대한 기억도 없습니다. 오후에 기자 전화가 찍혀 있어서 전화한 적은 있지만 '회의 중 깜빡 졸아서 아무 기억이 없다'고 말해준 것이 전부입니다.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오니 혹시 오해가 있으시면 꼭 풀어주시고 저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중에 시간을 주시면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조폭도 이처럼 낯 뜨겁게 딸랑거릴까? <요즘 어떻게든 형님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오니...> 이게 집권 여당의 전략기획본부장이 한 말이다. 형님이 시키는대로 뭐든 한다는 조폭 의원의 머릿속에 도대체 국민이 있기나 할까? 

이 상황극은 문자로 끝나지 않았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김 의원을 찾아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김 의원이 굳은 얼굴로 김 본부장의 등을 두드렸다. 국회 본회의장이 조폭 소굴이다. 김재원 의원은 조폭을 잡는 검사 출신이라는데 국회에 들어와 자신은 조폭보다 못하다.

조폭 영화에는 의례 시대착오적인 촌스러운 캐릭터들이 나온다.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고 폼을 잡지만 결국 시대와 동떨어진 우스꽝스러운 인물이다. 특히 멍청한 보스를 향한 조폭들의 충성 경쟁도 어설픈 결과를 낳곤 한다. 새누리당의 조폭 영화는 지금 그 짝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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