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이 온다. 한국은 4월 16일 전과 후로 나뉘어야 한다. 경기도 교육청이 신문에 낸 추모의 글. <올해도 유채꽃이 피었습니다. 제주도 유채꽃밭으로 떠나던 많은 친구가 밤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도록 살피고 또 살피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4월 16일은 잊지 않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다음은 한겨레 신문에 <눈앞에서 스러진 300여 목숨… 9명은 아직도 저 바다에…>라는 추모의 기사 전문이다.
꽃같은 아이들 영정 안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여한이 없게 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부질없었습니다
진상조사의 대상자들이
진상조사를 하게 만든
특별법 시행령이라니요…
2014년 4월16일. 무심한 시간을 붙들고 발을 굴렀습니다. 차디찬 바닷속에서 생명이 꺼져 가는 아이들의 몸부림에 통곡했습니다. 숯덩이가 된 가슴을 으스러지도록 치면서 “제발 아이들 좀 살려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돌려보내 주지 않았습니다. 땅을 밟고 서 있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부질없다며, 몇몇 엄마 아빠들은 자식의 뒤를 따르려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엄마, 도대체 왜 내가 이렇게 죽어야 해? 아빠, 도대체 왜 내가 벌써 떠나야 해?’라는 아이들의 절규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꽃다운 아이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또다시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냉대와 조롱이었습니다. 바로 옆을 지나는 대통령에게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했지만, 대통령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의 여한이 없게 하겠다’던 약속은 부질없었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흔한 교통사고다’ ‘시체 장사 한두 번 해봤느냐’ ‘죽은 학생 부모 중에 종북좌파들이 있다면 애도할 필요 없다’ 등의 막말로 유가족들의 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생채기를 냈습니다.
피울음을 토하던 유족들은 꽃 같은 아이들의 영정을 부둥켜안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경기도 안산과 전남 진도 팽목항, 단원고와 국회를 오간 ‘눈물의 행진’ 거리가 1641㎞에 이릅니다.
아이들이 바닷물에 갇힌 지 206일이 지나서야 누더기 같은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정부와 여당은 진상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공무원들을 특별조사위원회 주요 직책에 앉히고, 예산과 인력을 대폭 축소하는 특별법 시행령을 떡하니 내놨습니다. 진상규명 기구의 손발을 옭아맨 것입니다.
유가족과 국민들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자 느닷없이 희생자 배·보상금 액수를 발표했습니다. “자식의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능욕”을 당한 엄마 아빠들은 참사 352일이 되던 날, 또다시 오열하며 머리카락을 잘라냈습니다.
참사 1년, 우리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지금은 안전한가요?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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