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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해묵은 다툼 - 예수가 세례받은 곳

hherald 2014.05.26 18:26 조회 수 : 1017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을 방문했다. 사흘간 방문지가 요르단·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다. 교황의 중동 방문은 종교간 화해와 관용을 꾀하고 분쟁 지역 피해자를 위로하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파격적이고 울림이 있는 행보를 보였던 프란치스코 교황답게 어떤 평화의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거리다. 

교황의 중동 방문을 계기로 예수의 세례 장소를 둘러싼 해묵은 다툼이 되살아난다는 보도가 있었다. 교황의 방문지는 요르단·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다. 그런데 요르단·팔레스타인·이스라엘은 모두 자기 땅에 예수 세례 장소가 있다고 주장한다.

교황의 첫 방문지는 요르단이다. 요한복음 1장 28절에 <요단 강 건너편 베다니>로 기록되어 있는 예수 세례 장소 베다니에 간다. 예수가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곳이라고 요르단이 주장하는 장소다. 베다니는 요르단 강 동쪽에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예수가 요르단 강 서안에 있는 카스르 알 야후드, 세례요한을 기념하러 유대인들이 세운 요새 지역을 예수 세례 장소라고 주장한다. 요르단 강 동쪽과 서쪽으로 서로 주장이 엇갈린다. 성경은 예수가 요르단 강의 동쪽과 서쪽 기슭 중 어느 쪽에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는지를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부는 갈릴리 호수에서 요단 강이 다시 시작되는 곳인 야르데니트를 세례 장소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예수가 나사렛 쪽에서 왔기 때문에 요르단 강 서안에서 세례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면에 요르단은 초기 기독교 순례자들의 일기, 로마 시대 도로의 표식, 요르단의 마다바에 있는 정교회 성당 바닥의 모자이크 지도 등 다양한 고고학적 증거를 갖고 베다니를 주장한다.

요르단 강은 사해(死海) 북쪽 10km 지점에 있는데 성서와 각종 역사 기록을 통해 요단 강으로 알려진 강이다. 선지자 엘리야가 요르단 강을 건너 하늘로 올려졌다는 구약성서의 이야기 때문에 ‘요단 강을 건넌다’는 말은 죽거나 천국으로 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실제 모습은 불과 폭 10m 안팎의 흙탕물 강이며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국경 지대여서 총을 든 군인들이 성스러운 영감을 망치는 곳이다.

예수가 세례받은 곳은 요르단 강 서쪽일까, 동쪽일까. 이 문제에 이토록 목을 매는 것은 성지 순례에 따른 관광 소득 때문이다. 예수 세례 성지를 비롯한 인근 성지 순례 소득은 연간 30억 불. 예수가 세례를 받았다는 종교적 의미는 세계 각국 순례객들의 발길을 끌고 그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교황 방문은 성지 순례를 표방했지만 위태로운 지역에 평화를 심고 다툼이 있는 방문 국의 위상을 동등하게 두며 피난민을 위로하는 평화와 화해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문길 위에 관광 산업의 이해를 얹어 예수를 파는 해묵은 논쟁을 되살리다니.

씁쓸하다. 우리는 예수를 얼마나 알까. 예수가 태어난 날과 죽은 날도 정확하지 않고 부활한 날도 몰라 매년 날짜가 바뀐다. 예수가 왜 세례를 받았는지 보다 요르단 강 서쪽인지 동쪽인지를 따지니... 그래서일까. 금방 다시 온다던 예수가 2천 년이 넘도록 오지 않는 것이.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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