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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김제동 강연회 - 사람이 사람에게

hherald 2014.05.22 17:40 조회 수 : 693

 

김제동이 영국을 다녀갔다. 짧게라도 언급하자면 그는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와서 학생 기숙사를 빌려 생활했다. 케임브리지, 런던, 옥스퍼드, 뉴몰든 순으로 4차례 강연을 했다. 그가 강연회 서두에 "저는 돈을 받지 않고 여기 왔기 때문에 여러분을 반드시 웃겨드려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라고 한 우스개처럼 그는 열흘의 귀한 시간을 내 우리를 만나러 왔다. 오히려 자원 봉사자들에게 수차례 밥을 샀으며 뉴몰든 마지막 강연에 오기 전 옥스포드 한인 학생들과 한 팀을 이뤄 중국 학생회와 축구 시합을 했다. 마지막 뉴몰든 강연회가 끝나고 뒤풀이 겸 자리를 했을 때 사람들 눈을 피해 연신 피곤함이 역력한 하품을 했지만 누구 하나 건성으로 대하지 않았다. 만나기를 원하는 모두와 일일이 포옹하고 인사하던 그는 자정이 넘어 뉴몰든을 출발해 옥스퍼드의 학생 기숙사로 돌아가 다음날 한국으로 갔다.

그를 초청한 이는 내가 알기로 자신이 노력을 들인 이런 행사도 단지 일이 아름답게 전개되는 것을 보기 좋아하고 그것에서 기쁨을 찾는 격의 인물이라 이 글에서 소개되는 것도 손사래를 칠 것으로 예상해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 밝힌다. 그런 이들의 마음이 모여서인지 자원종사자로 나선 각 대학의 한인 학생회와 별 생색나지 않고 홍보 효과도 없는 이런 행사에 지원한 여러 한인 업체의 정성이 자비로 와서 강연회를 한 여느 연예인답지 않은 김제동 씨의 뜻과 좋게 조화됐다. 4차례나 열린 <김제동 초청 영국 힐링 강연회>는 명명된 '사람이 사람에게'란 말 그대로 영국의 한인사회에서 오랜만에 사람이 사람을 만난 순간으로 기억됐다.

뉴몰든 강연회 스케치 한 컷. 학생들이 많았던 이전 3차례의 강연회와 달리 뉴몰든 강연회에는 교민이 많이 모였다. 그리고 참전용사 두 분이 초청됐다. 그들은 무대에 올라 세월호 비극을 위로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한 분의 참전용사가 용돈이라며 김제동 씨에게 한국 돈 2천 원을 주고 갔다.

이 짧은 단상에서 이번 영국 방문 기간있었던 김제동의 입담과 재치에서 나오는 풍자와 해학을 얘기하기는 무리요, 별 의미도 없을 것이다. 단, 영국의 한인사회에서 실로 오랜만에 있었던 하나의 문화 행사(사실 영국 한인사회는 제대로 모여 살아 문화행사를 하기 쉬운데 무슨 영문인지 한국의 문화 행사가 빈약하기로 유명하다)에 색다른 시각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이 단상을 쓴 이유다.

내가 알기로 이 행사는 주최한 이와 협찬한 이들과 도움을 준 모든 이들의 사심 없는 뜻이 욕심 없는 한 재능인의 뜻과 맞아 떨어져 서로 손해를 보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니까 한인들은 무료로 즐기기만 하면 되는 좋은 행사였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힐링'도 된다면 더 좋고. 그런 행사였다. 그리고 본 이들은 알겠지만 그런 유쾌한 강연회였을 뿐이었다.

그러니 어설픈 짐작은 군맹무상. 코끼리 만지듯 협소한 판단력으로 이런 행사를 재단하면 스스로 결국 이런 문화를 즐길 여유조차 못 갖는 슬픈 이기에 갇히게 된다. 보상 없는 일에도 기뻐하는 이들이 있음을 믿지 못하는 시각은 스스로 황폐해져 가는 길이며 우리 한인사회도 황무지로 만든다. 

그러니까 와서 봤으면 알 텐데, 그냥 웃고 즐기면 되는 토요일 저녁이었을 뿐인데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들 하셨는지.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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