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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하자굽쇼?

hherald 2014.03.10 19:55 조회 수 : 1350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로 나선 이가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서는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포항시장을 지낸 박승호 새누리당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는 <구미 City, Korea보다는 박정희 City, Korea가 도시를 외국에 훨씬 더 잘 알릴 수 있어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물론 대부분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도시 이름을 무슨 근거로 바꾸려는지, 더욱이 이를 주장하는 인사의 출신이 출신인지라, 그리고 때가 때인지라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비난이 빗발친다. 그는 미국의 워싱턴 D.C.가 미국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을 기리면서 명명됐다는 점을 이런 주장의 근거로 해 경북도지사 선거를 점점 더 코미디로 만든다는 비아냥을 샀다.

유명인의 이름을 딴 도로나 도시, 공항은 세계 도처에 있다. 우리나라도 <소지섭 길>, <엄태웅 로드>처럼 일반인들이 알기 쉬우라고 붙인 애칭이지만 연예인의 이름을 딴 도로가 있다. 그리고 박지성의 이름을 딴 <동탄 지성로>처럼 행정지도나 공공문서에 등재된 엄연한 도로명도 있다. 이런 유명인의 이름을 딴 도로가 생겨나는 건 이를 앞세워 지역 홍보와 관광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지자체의 발상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 

그리고 유명인의 이름을 따올 때, 특히 사후에는 그를 기리기 위한 의미가 있다. 사람 이름을 딴 공항으로 대표적 사례인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국제 공항은 케네디 암살 한 달 후인 1964년 12월 24일 전격적으로 이름을 바꿨다. 유독 공항 이름에 유명인의 이름을 많이 부치는데 로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이탈리아의 베니스 공항은 탐험가인 마르코 폴로 공항, 파리 북공항은 프랑스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파리샤를드골공항으로 불린다. 필리핀 마닐라 공항은 1983년 이 공항에서 암살된 민주 활동가이자 정치인이었던 니뇨이 아키노를 기념해 니뇨이 아키노 국제 공항이 됐고, 영국 리버풀 공항은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넌을 기념해 2002년 공항 이름을 리버풀 존 레넌 공항으로 바뀌었다.

게임 캐릭터가 도로명칭으로 등장한 곳도 있다. 섹시한 여성 고고학자가 맹활약하는 인기 게임 <툼 레이더>의 주인공, 라라 크로퍼트. 영국 더비시는 새로 개통된 도로명을 게임 캐릭터인 <라라 크로퍼트>로 했다. 그 도로에 이 게임을 개발한 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라라 크로퍼트로 하기 전에 후보로 올라온 도로명의 하나가 <롤스로이스>였다. 롤스로이스 자동차 회사가 더비시 사람을 많이 채용해 도시 살림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고.

우리나라에서는 유명인의 이름을 딴 도로를 만들려다 문제가 있어 그만둔 사례가 몇 번 있다. 대전시가 2005년 대덕연구단지 내 과학로 일부를 <황우석로>라고 하기로 했다가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문제가 되면서 취소했다. 서울 성북구는 고려대 근처 <개운사길>을 고려대 설립자인 김성수의 호를 딴 <인촌길>로 바꾸려 했다가 사찰 측과 항일운동단체들의 반발로 공식 철회했다.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하자니까 이런 논리라면 포항을 이명박시로, 거제를 김영삼시로, 목포를 김대중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냐고 비꼬는 소리가 있다. 도지사가 되겠다는 사람이 정책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꼼수로 권력에 다가가려 한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글쎄, 이런 시각을 가진 이가 도지사가 되면 정작 보살펴야 할 민생이 보이기나 할까? 글쎄...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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