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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천국은 어떤 곳일까. 경찰관은 영국인이고, 요리사는 프랑스인, 기술자는 독일인이고, 애인은 이탈리아인이며, 스위스인이 모든 조직을 관리하는 곳이다. 그럼 지옥은? 요리사는 영국인, 기술자는 프랑스인, 애인은 스위스인이며, 경찰관은 독일인이고, 이탈리아인이 모든 조직을 관리하는 곳이다. 여러 가지를 시사하는 유럽의 농담인데 요리만 살펴보면 지존은 프랑스이며 영국 요리는 지지리 맛없다는 의미다. 하긴 서양 3대 진미라는 캐비어(철갑상어의 알을 소금에 절인 것), 푸아그라(잔인하게 억지로 만든 거위 간), 트뤼플(땅속에서 자라는 송로버섯) 등도 프랑스나 이탈리아 요리가 연상된다.

미국의 인터넷매체가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 25가지를 공개했다. 미국에서 선정해서인지 소위 세계 5대 음식이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태국 음식 중 동양권의 음식은 거의 없다. '군밤'이나 '밭에서 바로 딴 신선한 딸기'야 어디서나 있는 거고 굳이 동양 음식을 고르라면 '인스턴트가 아닌 진짜 라면'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기에 '돌솥비빔밥'이 포함됐다.

음식문화를 연구하는 이들도 특정 음식의 역사나 기원을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얘기할 돌솥비빔밥의 기원도 그렇다. 심지어 비빔밥도 1800년대 말엽에 발간된 요리서에 처음 나온다는데 책에 나오면 그 당시 한창 유행하고 있다는 뜻이라 기원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비빔밥의 유래는 여러 가지다. 제사 음식을 그릇 하나에 이것저것 받아먹은 데서 시작되었다는 것과 동학 혁명군이 그릇이 충분치 않아 여러 음식을 한데 비벼 먹은 데서 시작되었다는 ‘동학혁명설’ 이 있고, 몽고 침입으로 임금이 몽진했을 때 수라상에 올릴만한 음식이 없어 하는 수 없이 밥에 몇 가지 나물을 비벼 올렸다는 것에서 유래를 찾고 있는 ‘임금 몽진 음식설’ 도 있다. 설에 따라 그 기원이 몇백 년 차이가 난다.

그리고 구전으로 전하는 비빔밥의 정의에 ‘비빔밥은 큰 그릇과 밥과 여러 나물을 넣어 여러 사람이 함께 비벼 먹음으로써 일체감을 조성했던 음식이다’라는 것이 있다. 비빔밥의 성격에 딱 맞는 표현인데 이를 근거로 비빔밥은 가장 서민적인 음식으로 시작되었으며 품앗이 등을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할 때 먹었던 농번기 음식이었던 것으로 추측하는 전문가가 많다.

어쨌든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 25가지에 어떤 연유로 돌솥비빔밥이 포함됐는지는 몰라도 비빔밥 한 그릇을 먹으면 우리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식이섬유소를 거의 충족할 수 있다고 한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고추장은 항암효과가 있으며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전주비빔밥은 단지 영양소를 공급하는 먹을 것이라는 차원을 넘어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음식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맛이 좋고 영양이 만점인 비빔밥을 다 먹을 때까지 식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돌솥비빔밥.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이라는데 오늘 점심은 돌솥비빔밥 한 그릇 어때요?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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