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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젊은 나이에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삶의 목표도 희망도 없게 만드는 것일까. 최근 영국의 어느 사회단체가 조사한 결과 영국 젊은이들 가운데 9%가 삶의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영국 젊은이 9%를 전체 인구에 대입하면 75만 명이다. 이 많은 젊은이가 삶의 목표도 희망도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 상태인 젊은이들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가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했다. 24%는 실제로 자해를 시도했다. 무서운 현실이다.

그런데 실업자라는 점은 같지만 이처럼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안타까운 젊은 청춘과 달리 아예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소위 '니트(NEET)족'은 다른 얘기다. 공교롭게도 니트족이란 용어도 지금 우리가 사는 영국에서 생긴 말인데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을 줄인 것으로 15세에서 34세 사이의 취업인구 중 일도 하지 않으면서 교육이나 직업활동 등을 하지 않는 무위도식 청년층을 말한다. 1990년대 경제상황이 어려웠던 영국에서 시작돼 일본 등 선진국으로 빠르게 확산, 우리나라도 100만 명을 벌써 돌파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하급수로 늘고 있는데 몇몇 국가에서는 정치적 대책을 마련한다고 나설만큼 심각한 문제다.

니트족은 한마디로 일 할 의지가 없는 청년 백수다. 청년 실업이 사회 문제라면 청년 백수는 사회 병리다. 

니트족도 전형적인 선진국형과 은둔형 외톨이형으로 나뉜다. 선진국형은 현재 즐거움만 찾아 일하지 않고 향락적으로 생활하는 유형이다. 은둔형 외톨이형은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유형인데 대충 그림을 그리면 이렇다.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종일 TV를 보고 인터넷을 한다. 매달 얼마씩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한다. 집에 처박혀있는 꼴이 보기 싫어 나가서 친구라도 만나라고 하면 <이 시간에 만나줄 친구가 있나요>한다. 기술을 배우라고 하면 <대학까지 나와서 무슨 기술은>이라며 뺀다. 일자리를 찾아보라고 하면 <일자리가 없는 것이 지금 국제 경제 상황이다>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학력은 높은데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어 취업을 포기한 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경기가 안 좋다, 사회 탓이다 생각하고 노력을 않는다. 이력서를 들고 뛰어다니거나 취업과 자기 발전을 위해 매진하는 젊은 실업자와 니트족은 완연히 다르다.

그런데 선진국형 니트족은 경제력이 있는 부모가 만드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될수록 <괜찮은 직장에 못 갈 바에는 차라리 쉬는 게 낫다>며 실업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 눈치도 보이고하니 그렇게 부추긴다는데 글쎄 어떻게 봐야 할지.
 
어쨌든 75만 명 이상의 영국 젊은이가 직장이 없어 삶의 목표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데 이땅에 사는 우리 자녀들도 같은 고민과 어려움에서 별반 다를 바 있을까. 부모 세대인 우리가 미력으로나마 이들 젊은 청춘을 도울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발전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면 영국의 한인사회도 할 일이 많은 곳이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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