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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받는 인사로 송구영신(送舊迎新)이 주로 쓰이는데 - 이 말은 원래 관가에서 오래된 관리를 보내고 새로운 관리를 맞이한 데서 유래했다 - 비슷한 사자성어로 토고납신(吐故納新)이란 말이 있다. 낡은 것을 토해내고 새것을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옛일을 털어 버리고 새로 출발하라는 인사로 쓰인다.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영국에서, 영국의 한인사회에서 꼭 필요한 신년인사로 느껴진다.

새해를 맞아 인사를 한다. <새해를 맞아 가정에 웃음과 기쁨이 넘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를 맞아 인사 올리며 소망하시는 일 잘 거두시길 바랍니다> 등과 같은 공손한 메시지 가운데 재미있는 인사가 눈에 띈다. <고객님 앞으로 주문 상품 '나이 한 살'이 배송 중입니다. 본 상품은 특별주문 상품이므로 취소, 교환, 환불이 불가하고 1월 1일에 도착 예정입니다. 묶음 배송으로 '주름'도 같이 발송되었습니다. 상품 수령 후 수취 확인 바랍니다.> 나이에다 주름까지 주문하다니...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덧없음. 그래도 피식 웃게 만드는 인사가 차라리 정겹다.

새해는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다. 말 가운데도 푸른 말, 청마(靑馬)의 해라고 한다. 甲은 청색을 상징하고 午는 말을 상징한다. 그냥 말띠 해라고 할 것을 굳이 청마로 만드는 것이 상술이나 상혼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청말 띠는 성격이 곧고 활달한 특징이 있다고 좋은 해로 본다. 서양에서도 청마는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고 전설의 말 유니콘이 청마라고 하는데 그런 유니콘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말은 상당히 고급 가축의 대우를 받는 동물이다. 말이 악역을 맡는 전설이나 동화는 거의 없다. 유럽에는 집안에 복을 불러들이고 사고를 막기 위해 말발굽을 집에 걸어두거나 선물하는 풍습도 있다. 또한 말은 역동성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집안에 힘과 활기를 불러 넣는다는 의미로 생활용품에도 많이 등장하고 명품업체가 로고로 활용하는 곳도 많다. 그런데 여담으로 얘기하자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 중 전문적으로 그리거나 자주 그리는 경우가 아닐 때 그리기 힘든 대상 중 하나가 바로 말이라고 한다. 말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보기엔 좋아도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근육과 뼈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한다.

각설하고, 2014년은 지나간 일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에 매달리지 않는 새 아침을 맞고 싶다. 우리는 몇 년째 똑같은 과거에 발목을 담그고 있다. 우리 한인사회에 같은 일이 반복되길 원하는 구성원은 없을 것이다. 어느 인디언 종족은 12월을 침묵하는 달이라고 표현한다. 말을 아끼고 생각하며 한해를 돌아보라는 뜻이다. 며칠 남지 않았지만 올해를 돌아보고 제발 올해를 끝으로 한인사회가과거와 미래로 구분되길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도 이해를 보내면서 가장 가슴 시리고 안타까운 것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다. 그러나 그 안타까움을 위로해 주는 탈무드의 명언이 있다. 이 말을 소개하며 올해 마지막 헤럴드 단상을 접는다. 올 한해도 변함없이 잡스러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며 부끄럽다.

<이미 끝나버린 일을 후회하기보다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라. - 탈무드>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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