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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노예제의 망령은 사라지지 않았다

hherald 2013.11.25 18:52 조회 수 : 1929



영국의 가정집에 30년간 감금돼 노예 같은 생활을 하던 여성 3명이 구출됐다. 피해자들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69세 여성, 57세 아일랜드 여성, 30세 영국 여성인데 가장 어린 30세 영국 여성은 평생 갇혀 살아 한 번도 외부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 그럼 노예 상태로 태어났거나 유아나 영아시절에 납치된 것이다. 외국 국적의 피해자가 영국에서 감금된 것이나 주민 신고 정신이 투철하고 카운슬의 복지 담당자가 꼼꼼히 살피기로 유명한 영국에서, 더욱이 시골도 아닌 런던의 가정집에서 30년이나 노예 생활이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이 의문이다. 경찰은 피해자 모두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으며 육체적 학대는 받았으나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노예제도는 사라졌다고 한다. 150년 전 미국이 노예해방을 선언하고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서쪽의 소국 모리타니가 1981년 공식적으로 노예제를 폐지한 마지막 국가가 되면서 지구 상에 형식적으로 노예제도는 사라졌다. 그러나 영국의 가정집에서 구출된 3명의 여성처럼 ‘현대판 노예’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호주 인권단체인 '워크프리재단(WFF)'은 노예 지수를 적용해 지구 상에 있는 현대판 노예를 찾아내고 고발한다. 노예 지수의 기준은 이동의 자유 박탈, 강제 노동, 사채에 의한 강압, 강제 성매매 및 결혼, 아동 노동력 착취 등이다. 이를 기준으로 발표된 '2013년 세계 노예 지수' 보고서를 보면 모리타니는 노예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다. 인구당 노예 비율이 높은 것이 문제인데 일부 인권단체에서는 인구 380만 명의 20%인 76만 명이 노예일 것이라고 추산한다. 

모리타니의 노예제는 ‘현대판 노예’이지만 과거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슬람 국가인 모리타니의 노예제는 중세 노비처럼 대물림되는 형태다. 노예제가 유지되는 원인이야 다양하지만 국가의 책임이 크다. 인구의 44%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이고 노예는 물론 노예소유자도 무학력에 문맹이라 인권과 자유라는 개념 자체를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나 자기 자녀에 대한 권리가 있는 것을 몰라 주인이 눈앞에서 자식을 때리고, 강간하고, 죽여도 쳐다보기만 한다고. 특히 부유층의 노예는 자신이 부자의 노예라는 좋은 신분을 갖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이런 현상은 종교도 한몫한다. 모리타니의 종교는 현세의 신분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것을 덕목으로 여기는 경향이 일반적이고 특히 이슬람 지도자들은 공공연히 천국에 가려면 현재의 신분에서 묵묵히 살아가라고 설파한다. 정부도 노예제를 감추기에만 급급해 한다. 알 카에다가 은신처를 마련할 만큼 광활한 사하라 사막에 퍼져 인구의 80%가 유목민 생활을 하니 실태 조사가 힘들고 조사할 의지도 없다.

물론 모리타니는 현대판 노예의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WFF는 전 세계 노예 수를 약 3천만 명으로 추산한다. 인구 12억 명의 인도는 성매매, 강제결혼, 아동납치 등으로 1천390만여 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 동유럽 국가는 선진 서유럽 국가의 성(性) 산업에 사실상 노예 신분으로 여성을 보낸다. 유엔은 연간 245만 명이 거래되는 인신매매 시장에 77%가 여성이고, 절반이 미성년이며 87%는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 매춘 등 성적착취를 당한다고 했다. 영국 경찰은 국내에서 인신매매되는 여성만 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

미개와 야만의 상징인 노예제의 망령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았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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