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이름으로 남자는 '민준', 여자는 '서윤'으로 나타났다. '민준'은 2000년도 들어 단연 으뜸이며 '서윤'도 '서연'과 함께 2000년도를 주름잡는 이름이다. 어느 이름이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이 다음 시대까지 살아남은 것이 없는 것을 보면 '민준'과 '서윤'이 다음 세대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2014년 현재까지는 가장 인기 있는 신생아 등록 이름이며 개명을 원하는 이름이다. '민준'은 옥돌 민(珉)과 높을 준(峻), 준걸 준(俊) 등을 주로 쓰는데 큰 산에서 나온 보석 혹은 옥돌로 산을 쌓듯 부자가 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부자가 최고라는 현대사회 의식도 담겨있다. 여자 이름 '서윤', '서연'은 요즘 한 자녀만 낳다보니 중성적인 이름, 여자의 사회 성공을 바라는 이름이 선호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특히 '민준'과 '서윤' 등은 외국인이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택하는 시대상도 반영된 것이다.
이름도 패션만큼 유행을 탄다.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에서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2009년 태어난 여자아이 이름은 대부분 '이사벨라'였다.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극중 이름인 '이사벨라'는 2010년대까지 강세다. 미국 여자 이름은 60년대 메리, 70년대, 80년대 제니퍼, 90년대 제시카, 2000년대 에밀리였는데 드라마 한편의 영향으로 '이사벨라'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도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 남주인공이 '민준'이었지만 드라마의 영향이 아니라 2005년부터 10년째 단연 1위다.
'민준'과 '서윤'처럼 지금 아이 이름이 중성적이고 외국인들도 부르기 쉬운 것이 선호되는 것처럼 그 시대 유행하는 이름은 항상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1948년 인기 있던 이름은 남자는 영수 영호 영식 영철 정수, 여자는 순자 영자 정순 정숙 영숙이었다. 남자 이름에 쓰인 '영'은 '길 영(永)'자가 많았다. 1945년 전후 한국 남자 수명은 평균 35세였으니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여자 이름의 '자'는 대부분 '아들 자(子)'였다. 일본식 한자로 '∼코(아이)'를 의미하는 일본 잔재이기도 했으나 동생은 아들을 낳으라는 남아선호사상도 담겨있다.
10년 뒤, 1958년 선호된 여자 이름은 영숙 정숙 영희 명숙 경숙이었다. 정숙하다는 의미의 '곧을 정(貞)' '맑을 정(晶)' '맑을 숙(淑)'을 많이 썼다. 여자는 현모양처가 제일이라는 당시 사회의식이 반영됐다. 남자 이름의 영수는 1968년이 돼야 1위 자리에서 내려온다. '성호'가 1위에 오른다. 1968년 기준 남자는 성호 영수 영호 영철 정호, 여자는 미경 미숙 경희 경숙 영숙이었다. 1978년 남자는 정훈 성훈 상훈 성진 지훈, 남자로서 사회에서 성공하라는 뜻의 '이룰 성(成)' '밝을 성(晟)'과 업적을 쌓으라는 뜻의 '공 훈(勳)'이 유행했다. 여자는 지영 은정 미영 현정 은주. 여성스러운 이름이 선호됐다.
80년대는 조기교육 열풍의 시대였다. 1988년 남자는 지훈 성민 현우 정훈 동현, 여자는 지혜 지은 수진 혜진 은지가 인기 있는 이름이었다. 공부 잘하는 자녀를 원해서인지 '알 지(知)' '지혜 지(智)' '슬기로울 혜(慧)' 등이 많이 쓰인다. 여자 이름에도 교육 관련 한자가 많이 쓰여 과거 현모양처를 바라던 인식에서 여성들의 자기계발을 중시하는 인식의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 한 가정 한 자녀 시대. 여성의 사회 진출은 당연한 현상. 그러다 보니 여자 이름도 중성적이고 사회 성공과 부를 쌓는 의미의 한자를 넣는 경향이 늘고 있다. 그래서 이름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렇다고 너무 유행만 좇는다면? 한 시대를 풍미한 이름이 어른이 돼서도 어울린다는 보장이 없으니 이름도 개성을 찾는 것이 어떨까. 한때 그 많던 '꽃님'이를 요즘 보기 힘든 것을 보면...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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