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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문화원과 동포사회의 상생

hherald 2014.08.01 16:56 조회 수 : 577

 



2012년에 사상 처음으로 재외국민 선거가 있었다.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을 주면서 고민한 것이 있었는데 참정권을 행사하면 서로 다른 견해를 표시하다가 의견이 갈릴 수가 있고 그것이 동포사회의 갈등이나 분열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였다. 재외국민 선거로 동포사회가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 그러나 투표인이 적어서 그랬는지 다행스럽게도 지난 재외국민 선거로 동포사회가 갈등을 빚고 분열되는 일은 없었다.

투표라는 정치적 의사표시로도 갈등이 있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영국 동포사회에는 문화행사에 초대받는 측과 초대받지 못하는 측이 있다는 참 해괴한 문화적 빈부의 갈등이 있다고 한다. 주영한국문화원이 생긴 2008년 이래 문화원은 동포사회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곳에 있으며 의도적이든 않든 홀대를 받았다고 느끼는 한인사회의 불만이 쌓여 있었는데 최근 런던시와 함께한 문화행사에서 동포사회는 완전히 참여 기회조차 없었다는 서운함을 볼멘소리로 토로하고 있다.

그토록 불만이 쌓였다는 것이다. 동포사회가 홀대받는다는 불만은 일부의 오해일 수 있다. 그러나 문화원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부터 도마에 오른다. 행사의 성격과 관계 없이 매번 초대되는 이는 정해져 있다는 소외감을 토로한다. 특히 문화원 자체의 얼굴이 서지 않는 일은 절대 협조하지 않는다는 불만은 꽤 높다. 일례로 지난번 문화원장은 영국의 한식세계화 협의체에서 현지인 대상 한식 홍보 행사에 사용할 비빔밥 그릇을 빌려달라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 단체장은 문화원이 할 일에 <현지 커뮤니티와 문화예술, 관광, 체육, 청소년 행사 공동 개최>와 <한국음식문화 소개>가 있는데 어떤 좋은 의도로 기획된 문화행사라 해도 문화원이 주최하지 않은 행사라면 한차례도 협조한 적이 없다고 했다.

동포사회의 불만은 이렇다. 문화란 것이 어떻게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나. 그런데 단기간에 문화행사의 업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결국 모든 행사가 생색나는 것이어야 하고 행사 하나를 치르면 생색내기에 바쁠 수밖에. 좋은 사례가 있지 않나. 몇 년 전 <YG 소속 가수들 런던서 공연해 달라>는 뻥튀기 언론 플레이. 행사 참여자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한국 언론 관계자를 모으는 데 주력했던 주영한국문화원의 생색내기 행사. 문화원의 문화 홍보가 이렇게 생색내기에 치중하니 생색나지 않는 동포사회와는 소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표현하자면 문화원이 동포사회와 갈등을 빚지는 않는다. 주영한국문화원이 영국의 동포사회와 갈등을 만든 것은 아니다. 아니 주영한국문화원은 가장 표본적으로 나와 있는 해외 문화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해외 문화원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이 이처럼 동포사회와 동떨어진 역할이라면 심각히 재고해야 한다.

지금 재영한인사회를 보면 동포사회가 참 귀찮은 존재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몇몇 인사들 때문이지 전체 동포사회는 문화원에 있어서나 재외공관에 있어서나 대한민국에 있어서나 매우 중요한 자산이 속한 곳이다. 우리 문화를 현지인에게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면 현지인 못지 않게 우리 문화를 잊지 않게 알려야 할 대상이 우리 2세들이다. 동포사회는 소중한 우리 2세들이 함께 있는 곳이다.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면서 그들을 홀대할 수 있는가.

어찌 보면 문화원과 동포사회의 상생은 매우 쉽다. 그런데 쉬운 길을 두고 굳이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급한 성과에 매달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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