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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프랑스 북부 어느 지방에서 열리는 축제에 유병언의 사진전이 열릴 계획이었다가 프랑스 외무장관의 요청으로 취소되었다고 한다. 파비위스 외무장관은 축제 조직위원회에 "슬픔에 빠진 한국인, 특히 어린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 대한 존중에서 유씨 작품 전시를 취소해 달라"고 했으며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축제 조직위원회는 1만 유로를 받고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가 취소한 것이다.

유병언은 유독 프랑스에서 유명하다. '야훼'를 본땄다는 그의 호 '아해'는 위키피디아에도 영문항목이 없고 불어항목만 있다. 그는 2012년 루브르 박물관 관할 튈르리 공원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그 뒤 베르사이유 궁전에서도 전시했다. 이런 장소는 작가에게 있어서의 '명예의 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는 영국에서도 전시회를 했다. 2011년 7, 8월 영국 런던 왕실식물원과 왕세자 저택 정원에서 전시회를 했다. 이 사실은 유병언이 강연으로 구원파 신도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가장 최근에 알려진 것은 내년에 개관하는 파리 필하모니 건물에서도 호화 사진전을 열기로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사진작가로서의 경력이 일천한 그가 이런 전시회를 당당하게 열 수 있었던 것은 무얼까. 돈이다. 그는 루브르에 16억 베르사이유에 20억을 기부하고 전시회를 열었다. 영국에는 얼마를 기부했는지 모른다. 모든 전시회는 무료입장. 프랑스에서는 부를 수 있는 유명인은 모두 초청해 초호화 기념 파티를 열었다. 파티에 온 유명인들은 아마추어 수준(한국 작가와 감정사들의 평가)이라는 유병언을 세계적인 작가로 둔갑시키는 파티의 들러리가 됐다. 유병언 일가가 자랑하는 화려한 인맥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루브르와 베르사이유 전시회 당시 루브르 관장 앙리 라뢰트는 그의 작품을 <평범함 속의 비범함>이라 칭찬했다. 베르사이유 궁전 카트린 페가르 관장은 <영원과 혼동되는 순간>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낯뜨거운 찬사. 이런 찬사가 유병언이 낸 후원금과 무관하다면 그는 뛰어난 사진작가일 것이다. 영국에서 전시회가 있자 뒷말이 있었는데 이어 루브르와 베르사이유로 진출하자 영국의 '런던 스테이트 미디어' 편집장인 마이크 본 조엘은 자신이 아해 작품의 우수성을 알아본 것처럼 세계 거장들도 그를 인정해서 루브르 전시를 추진한 것이라는 논지의 평을 했다. 그는 <루브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곳이다. 훌륭한 작품이 아니고서는 지원금을 주고 전시회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를 옹호하며 유병언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아해의 작품은 <카메라 기술력에 의존한 아마추어의 작업>이라는 평가다. 유럽에서 특히 파리에서는 소위 먹어주는 작품에 우리나라 사진계는 <카메라만 좋으면 누구라도 찍을 수 있는 수준의 사진>이며 <이 정도 사진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없어서 가치를 측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하긴 유병언의 사진은 계열사에는 장당 1250만 원에 판매되지만 인터넷에서는 4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루브르와 베르사이유의 관장들이 찬사를 보내고 런던 저명 예술지의 편집장이 극찬하는 유병언의 사진 작품을 유독 한국에서만 폄훼하는 것일까.

이번에 전시회를 취소해달라고 한 파비위스 외무장관은 베르사유궁 박물관에도 유병언의 후원금을 받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에 카트린 페가르 베르사유 궁 박물관장은 <만약 문제가 있는 후원금이었다면 베르사유는 책임자가 아니라 제1의 피해자>라면서 후원금을 받은 박물관 측의 책임을 부인했다고 한다. 그는 유병언의 작품에 <영원과 혼동되는 순간>이라는 20억 짜리 찬사를 보냈던 인사다. 

이것이 유럽 예술계의 민얼굴이 아니길 바란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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