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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수만 명의 한인보다 800명의 녹색당?

hherald 2014.06.09 18:46 조회 수 : 715

 



지난달 22일 영국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있었다. 이곳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본다면 킹스톤 시의회의원을 뽑는 선거였고 더 큰 규모로는 유럽의회로 보낼 대표도 함께 뽑았다. 선거 결과 그동안 자유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던 시의회는 보수당이 다수당이 됐다. 이제 킹스톤 시장은 보수당 의원이 돌아가며 맡는다. 시 정책은 대부분 보수당이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이번 킹스톤 시의원 선거에 한국인 후보가 3명 출마했다. 모두 자유민주당 후보로 나섰는데 아쉽게 모두 낙선했다. 킹스톤 전체가 다시 보수당 바람으로 돌아선 세태도 그렇고 일부 지역에서 생각지도 않은 녹색당 바람이 분 것도 자유민주당 후보의 표를 잠식했다. 런던시의회도 아니고 킹스톤시의회 정도의 동네 의회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만약 이곳에 계속 살 거라면, 아니 잠시라도 살 거라면 섣불리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앞서 말한 한인 후보 중 한 후보의 선거구는 탬스 강변을 끼고 있는 곳이다. 기사로 썼듯이 강변 가스저장소가 없어지고 오랜만에 킹스톤에서 활용할 공터가 생겼다. 티핀걸스 학교 인근인데 아시다시피 킹스톤은 학교가 없어 신입생이 학교 배정받기에 애를 먹는 곳인데 학교를 새로 지을 땅이 없다. 가스저장소가 없어지고 공터가 생긴다니 자유민주당에서는 학교를 짓자고 했다. 보수당은 학교가 생기면 가뜩이나 막히는 교통이 더 얼어붙는다며 주민 편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차장을 만들자고 나서 두 당의 의견이 대립했다. 지난번 기사에서 이런 의견의 차이가 있으니까 선거권이 있는 사람은 투표로 자신이 원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자신의 권리를 찾으라고 했다.

이 선거구는 참 흥미로운 곳이었다. 한인들의 협조가 가장 많았던 지역이며(심지어 탈북동포들조차 힘을 보태 선거 운동을 했다) 자유민주당에서 당선 가능지역으로 본 곳이다. 자유민주당은 지금까지 지방의회선거에서 본 적이 없는 단합된 자원봉사자들의 선거운동 모습을 보고 다음 총선에서 현역 MP와 MP 후보자가 자신들과 손을 잡고 일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영국 총선에서 한 지역구 선거 홍보물을 돌리는 우편 비용이 수십만 파운드인데 이번에 한인 자원봉사자들의 홍보물 배달능력만으로 엄청난 비용을 줄였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결론은 이 지역구에 출마한 한인 후보도 낙선했다. 한인들이 나서서 출구조사 형식차럼 투표를 하러온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해 예측했을 때 분명히 자유민주당이 1600 대 1200 정도로 이길 것으로 봤다. 보수당도 그 정도의 득표로 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바로 녹색당이었다. 통상 200표 정도로 예상됐던 녹색당이 자유민주당의 표를 비슷하게 나눠 가진 것이다. 보수 1200, 자유민주 800, 녹색 800. 왜냐? 탬스강변의 평화롭던 풍경을 깨고 날마다 들어서는 고층 건물이 싫었던 사람들이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녹색당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것이 선거다. 한인 후보를 찍고 안 찍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당은 통탄했다. 그럼, 지역 MP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중앙당은 어떤 준비를 할까.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산다. 표가 있는 곳에 관심을 가진다. 투표는커녕 선거 등록도 안 하기로 유명한 우리 한인사회는 이곳에 수만 명이 있어도 킹스톤 강변 개발을 반대한 800명의 녹색당 지지자보다 이제 안 먹힐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면서 미안한 점은 시민권을 받는 족족 선거등록을 하는 탈북동포를 한인들로 계산한다는 것. 내용을 안다면 영국 정치인은 한인보다 탈북동포에게 더 관심이 갈 것이다.

영국 시민권을 가진 여러분. 이날 선거를 하셨는지. 시민권에 딸린 여러분의 권리를 표현하셨는지. 그 권리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있다는 걸 알고 투표를 하셨는지. 하긴 투표를 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고 주장하며 거부하셨는지. 이제는 제발 그렇게 하기 전에 한 번쯤 고민해주시기를.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란 것을 고민해주시길.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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