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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자녀가 이중국적자면 대사 노릇도 못 해먹는다? 무슨 말이냐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올봄 각국 대사를 내정하면서 자녀가 이중국적자인 후보자에게 <자녀의 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으로 회복한 뒤 반드시 군대를 보낸다>는 약속을 받고 대사로 내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실재 이중국적자 자녀를 둔 4명의 예비 대사에게 이런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외교관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는 유독 '고질적 병폐'라는 악명까지 뒤집어쓰고 단골로 지적되는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외교관 자녀 중 130명이 복수 국적자요, 이 중 90%가 미국 국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마치 외교관에게 이중국적 자녀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도 있다. 사실 미국 국적이란 것이 미국의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미국 국적을 갖는 속지주의라서 이를 악용해 원정출산 같은 문제를 만든 이들에 의해 도매금으로 넘어간 경우도 없지 않다.

이중국적. 한 사람이 두 나라 이상의 국적 혹은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다분히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말이다(한국은 유독 병역문제로 이중국적의 인식이 더 나쁘다. 의무는 다하지 않고 혜택만 보려는 얌체족으로 치부 당하기 일쑤다). 또 이중국적이란 표현의 한계가 3개국 이상의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삼중, 사중국적이라 말하기 뭐해서 요즘은 이중국적 대신 복수국적이란 표현을 쓴다.

시실 외국에 살면서 이중국적(혹은 복수국적)이란 화두로 글을 쓰는 것은 아무리 잘 써봐야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참 뜨겁고 날카로운 주제다. 선천적으로 복수국적자로 태어났든 후천적으로 복수국적자를 취득했든 그 내면에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됐거나 혹은 후천적 취득도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살기 위한 필요불가의 요건으로 선택했을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건 외국 공항을 통과할 때 누리는 편리함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가장 아픈 세대는 역시 1.5세대. 보호자의 의지에 따라 외국에 왔고 체류 자격 또한 보호자와 함께 묶인 그들의 복수국적 여부에 어떤 사족을 붙일 마음이 없다. 

뜬금 없는 이야기 하나. 어떠한 경우에도 복수국적을 허용치 않던 과거 한국에서 예외인 한 사람이 있었다.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이다. 대한민국은 법률 개정 이전까지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바티칸 시민권을 얻게 되는 추기경의 경우에는 바티칸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지금도 정진석, 염수정 두 추기경은 대한민국과 바티칸시국의 복수국적자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에게 자녀 복수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의 의무를 지라고 한 것은 대사라는 자리가 애국심이 필요한 자리라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복수국적자가 아니어서 잘 모를지는 몰라도 복수국적자라고 애국심이 부족한 것은 아닐 것으로 본다. 복수국적자가 된 그들 나름의 사연에는 애국심이 깊고 얕은 것이 들어 있지 않다고 짐작되기 때문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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