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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나이지리아의 인삼주 사랑

hherald 2015.05.11 19:12 조회 수 : 1215

 



오래전 영국에서 외식업을 하는 지인의 집에 갔더니 자태 고운 인삼이 여러 뿌리가 든 인삼주를 자랑하며 아직 덜 익었으니 언제 제맛이 나면 부른다고 했다. 그런데 소식이 없다. 몇 년근 인삼인지는 몰라도 4년근을 넣었어도 지금쯤 인삼 나이 열다섯을 넘었을 텐데 아직 맛보자는 말이 없다. 직접 담근 인삼주는 언제 먹어야 하는지 정답이 없다. 단지 주인이 맘이 가서 개봉하는 날이 마시기 딱 좋은 날이다.

인삼주는 한국에서 주로 집에서 담가 먹어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은 별 인기 없다. 그런데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 인삼 소비가 많은 동아시아 국가에는 그럭저럭 수출하는데 놀랍게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가 인삼주 수출의 43%를 차지한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한국산 인삼주가 '아시아의 비아그라'로 불린다고. 유독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자양강장, 몸보신 등에 관심이 많다고.

1990년대 이후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현지인들에게 인삼을 선물로 전해주면서 인삼의 효능이 입소문을 탔다는데 이를 간파한 롯데주류가 현지 본격 마케팅을 했다. 이제 나이지리아에서는 한국산 인삼주가 남성들의 기운을 북돋는 훌륭한 자양강장제라는 믿음이 굳어져(특히 40대 남성 중심으로) 한 병에 40달러 정도의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린다고 한다. 나이지리아로 수출되는 인삼주는 보드카나 위스키를 즐겨 먹는 그들의 입맛에 맞춰 다른 인삼주 독한 35도.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산 인삼주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있는데 바로 중국산 짝퉁까지 등장했다는 점이다.

인삼주로 재미를 보자 인삼 못지않은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며 인삼주의 후발주자로 복분자주도 나이지리아로 진출했다. 소변 줄기에 요강이 깨진다는 '복분자' 이름의 깊은 뜻을 현지인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한국 라즈베리(복분자)의 효험'이라는 제목의 설명서에는 당당히 적혀 있다. <성(性적인 능력을 향상시켜 줍니다. 발기불능 치료에 효과가 있습니다. 전립선 비대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효능이 있습니다>. 그러니 비싼 9달러에도 잘 팔린다. 인삼주의 후광을 톡톡히 본다.

인삼주가 나이지리아에서 받는 대우는 딱 정력제다. 잘 팔리는 이유가 충분하다. 앞서 나이지리아에서 한국 인삼주가 인기가 있으니 중국 짝퉁이 나왔다고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인삼이 명품으로서의 이미지가 확실해 중국은 인삼도 짝퉁으로 많이 내놓는다. 짝퉁이 먹히면 대박 나는데 인삼은 한국 진품과 중국 짝퉁의 가격이 거의 백 배 차이 난다.

고려인삼의 명성은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천금을 주고도 못 사는 것으로 귀하게 여겼고 일본에서는 무조건 만병통치약이라 믿을 정도였다. 과거 베트남의 황제는 정력제로 인삼을 쓰며 큰 공을 세운 신하에게만 인삼을 하사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 인삼은 조선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물품이었다. 인삼은 단지 국내외 명품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에서 생산되는 물품 중 조선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위치에 있었고 조선의 특산품 중 어딜 가나 가치를 인정받는 귀한 몸이었다. 

나이지리아의 인삼주 사랑, 우리 인삼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이 좋은 일이요, 눈을 돌릴 시장이 많다는 것을 들려준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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