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현실이 된 재앙 '에볼라 바이러스'

hherald 2014.08.04 18:03 조회 수 : 637



에볼라 바이러스로 세계가 앓고 있다. 치사율은 90%인데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어 오직 확산을 막는 것이 최선책이라니 사실상 세계가 속수무책인 셈이다.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 중인 서아프리카 3개국이 확산을 차단하려 국경에 접한 바이러스 진원지를 격리구역으로 설정하고 출입을 막았다. 군인과 경찰이 지키며 이곳 주민에게 필요한 생필품만 전달하고 있다. 갇혀서 죽음을 기다리는 지역이 됐다.

사망자 가운데 50명 이상이 의료진이다. 의료진들을 통해 2차 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죽은 의사 가운데 우마르 칸이라는 에볼라 전문의가 있다. 케네마 국립병원에서 100여 명의 에볼라 환자들을 치료해 왔다는데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도 내 목숨이 걱정된다. 보호복을 입어도 감염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일주일도 안 돼 사망했다. 그와 함께 일하던 간호사 세명도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도, 전문의도 숨지게 하는 재앙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에볼라강 주변에서 처음 발견돼 ‘에볼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박쥐나 원숭이 같은 야생동물일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룬 영화, 1995년 개봉된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아웃 브레이크>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원숭이가 미국으로 수입되면서 미국을 에볼라 바이러스의 혼란으로 빠뜨린다는 내용이다. 추측일 뿐이다. 그래서 여러 유언비어가 나돈다. '아프리카로 비행 가는 승무원들이 에볼라바이러스에 걸리면서 감염이 더 빠르다'는 루머가 단적인 예다. 원인을 모르니 다른 곳에서 왔을 것이라는 책임 전가도 나타난다. 주변에 사람들이 쓰러져가는 기니 현지의 일부 주민들은 전염 경로를 차단하고자 정글 칼로 무장한 채 과학자들의 접근조차 막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이 병을 가져왔다고 보는 주민들이 의료종사자와 병원을 공격하는 일도 있다. 환자를 가족들이 병원에서 데리고 나오기도 한다.

에볼라바이러스는 감염되면 약 1주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오한이 나고 심한 두통, 근육ㆍ관절통과 더불어 체온도 갑자기 올라간다. 이어 호흡기나 위장관에서 심한 출혈이 나타나며 발병 8~9일째 내장이 녹아 피를 토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눈, 코, 입, 귀 등 모든 곳에서 출혈이 나타나 사망한다. 사망까지 이르는 시간은 고작 1~2주에 불과하다. 

현대 의학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못 하는 이유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워낙 위험해 다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접시에서는 배양이 어렵다고 한다. 또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명적이지만 매우 희귀하고 출현도 예측할 수 없어 치료제가 개발된다 해도 실험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치료제와 백신은 인체에 실험한 적이 없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지, 용량을 어느 정도 투여해야 할지 아직 모른다. 캐나다의 제약회사는 백신을 개발해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예비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최근 중단했다. 도덕적인 문제도 있다. 이처럼 재앙에 가까운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도 실험 단계에 있는 치료제나 백신을 보건당국이 승인하기 전 환자에게 실험해 보는 것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 찬반이 갈리고 있다.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약이나 백신을 투여하는 것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자칫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이 타산이 맞지 않아 치료제 개발을 기피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최근 확산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말라리아나 뎅기열에 걸려 사망한 사람보다 적기 때문이다. 타산이 맞지 않아 개발을 꺼린다?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했다고 과학계에서 이를 무시한다면 그 또한 언젠가 재앙이 되지 않을까?.

헤럴드 김 종백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