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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이젠, 즐거움이 됐다 - 영국한인사

hherald 2016.02.01 20:21 조회 수 : 1265

 

영국한인사를 편찬하는 일로 요즘 영국에 온 지 오래되신 원로분들을 자주 만난다. 온고지신溫故之新이라고, 얻어가는 지혜에 가까운 수익이 많다. 수익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는데 그분들 얘기를 듣다 보면 마치 70년대 라디오를 듣는듯한 달콤한 향수에 빠진다. 내가 그 시기 영국에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어렵지 않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다. 시절의 애환과 추억과 지혜가 밴 그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엮으면 다른 이들에게 <추억의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렌다.

 

 

1970년도 이전에 영국에 오신 분들의 당시 얘기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곤 한다. 당시 런던의 1주 방세가 1파운드 50펜스였다는, 그러다가 2파운드짜리 방을 보니까 너무 좋아서 놀랐다는 가늠이 어려운 수치상 거리감이 있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한국인인듯한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인사하고 확인을 했으며 한국인이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는, 정이 많은 시절이었다고 말은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피카딜리서커스에 세련되게 차려입은 동양인은 대부분 한국 관광객인 것과는 사뭇 다른 얘기가 당시 이국에서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엿보게 하는 부분도 된다.

 

 

어려움도 있다. 이견이 있는 부분을 만나면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된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는 그분들의 이견을 조율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학교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와 같은 부분에서는 설이 여러 갈래다. 제대로 된 초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 공을 어디로 돌릴지 어렵다. 지금에서 보더라도 한국학교와 같이 많은 이의 노력과 희생이 바탕이 되었을 부분에는 사실대로의 공적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 관련 자료가 있는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 다른 국가와 비교해 언뜻 떠오르지 않는 문화 예술계 인사를 찾는 것도 필요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갖가지 차별을 딛고 분명 놀랄만한 업적을 이룬 덜 알려진 문화 예술계 인물이 영국에서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가까운 독일과 프랑스의 한인사는 이런 문화 예술계 인사를 중심으로만 만들어진 것도 있다. 이 부분에 정통한 분들의 조언을 기다린다.

 

무엇보다 우리가 몰랐던 역사가 다시 드러나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뉴몰든 중심의 한인사회가 한인사의 전부가 아니란 점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영국 전역 곳곳에 우리가 알지 못하던 시절부터 영국에 사는 한국인의 흔적을 남기고 나름대로 업적을 이룬 분들이 실로 많았음에 새삼 놀란다. 이는 영국에 사는 어느 한국인이라도 알게되면 기뻐할 소식이다. 그 소식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는 기쁨이 이 일에 있다.

 

만나는 원로분마다 반드시 말한다. "이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분들의 긍정이 힘이 됐기에 자랑스런 과거가 줄줄이 엮여 나온다. 그래서 지금  한인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기록할지는 아직 고민할 단계조차 아니다. 다행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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