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에펠탑 파업과 소매치기

hherald 2015.06.01 19:03 조회 수 : 1072

 



에펠탑이 직원들의 파업으로 하루 문을 닫았다. 파업의 이유라면 통상 임금 인상, 고용 안정 등의 이유를 떠올리겠지만 에펠탑 직원의 파업은 소매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성명서까지 내고 "에펠탑 주변의 소매치기들이 증가하면서 상시적인 위협과 모욕에 시달린다."며 "관광객들을 위협하는 소매치기 조직을 완전히 소탕해주지 않으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2013년에는 루브르 박물관 직원들도 파업했다. 이유가 <폭력적인 소매치기단을 근절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파리는 지난해 2,200만 명이 방문한 세계 1위의 관광도시다. 파업을 한 에펠탑은 단일 관광지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그런 만큼 소매치기의 일터이기도 하다. 4-5명씩 또는 수십 명이 조를 이뤄 관광객을 노린다. 주로 아시아권 출신 관광객을 노린다는데 현금과 고가의 스마트 장비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수천 유로를 현금으로 내는 중국 관광객을 노리는 소매치기의 눈에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의 구분이 쉽지 않다보니 한국 배낭여행객도 돈 많은 중국인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파리에서 이런 경험이 있는지. 유니세프를 돕는 서명을 해달라고 다가오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10대 소녀들을 만나본 적이 있으신지. 좋은 일인가보다 서명을 하는 사이 서명 판으로 시야를 가린 뒤 가방이나 주머니를 털어가는 그들은 대부분 동유럽계 소녀들이다. 소위 '쌍 빠삐에 sans papiers'라고 불법체류자인데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지만 호적이 없는 집시 소녀들이다. 학교도 안 가고 도둑질로 살아가는데 도둑질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경우도 많다. 소매치기하다 잡혀도 미성년자라 처벌이 약해 당당하게 도둑질을 한다. 당당하다는 것은 겁이 없다는 건데 큰 집시 조직의 일원이라 믿는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에펠탑 직원이 파업한 것도 소매치기를 내쫓다 "이러면 재미없다. 가만 안 둔다"는 식의 협박을 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여름은 이런 도둑들에게도 성수기. 소매치기 한 명당 하루 500만 원을 번다는데, 잘 버니까 고급 호텔에서 생활하며 소매치기를 한다. 에펠탑의 소매치기도 당당히 표를 사고 입장한 몸이다. 돈을 잘 버니 입장료 정도야 투자한다. 좀도둑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기업형이다. 훔치다 들켜도 당당하게 빼앗으려 들 만큼 믿는 구석이 있는 기업형 조직이다.

피해자는 한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주불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한국 관광객이 소매치기 당한 건수는 매년 600여 건, 하루 2건식 신고됐는데 신고 안 한 것도 많을테니 조심하라는 말 밖에는...그래서 휴가철도 오고 하니 대사관에서 알린 소매치기 피해 예방 수칙을 팁으로 소개한다. 
1. 호텔, 공항 등에서 체크인하거나 계산할 때 가방을 내려놓지 말 것 - 서류를 작성, 계산하는 사이 가방 도난
2. 길에서 서명이나 기부 요구할 때, 거절할 것 - 서명하는 순간, 지갑 도난
3.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 이용 시 주위 경계 - 날치기 강도에 의한 스마트폰 강도 피해
4. 차량 이용 시 가방은 반드시 발밑에 둘 것 - 서행하거나 정차 시, 오토바이 강도가 유리창을 깨고 무릎 위 가방을 훔쳐감
5 주차 시 차량 내 귀중품을 트렁크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두거나, 직접 소지

헤럴드 김 종백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