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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사자개의 팔자, 역시 못 믿을 개 팔자

hherald 2015.04.20 19:36 조회 수 : 1043

 


애완견. 기르는 사람에게 행복한 에너지를 준다고 애완동물을 넘어 아예 한가족이란 의미로 반려동물이라고까지 부르는데 이는 모두 잘 기를 때 얘기고 버려지면 당장 유기견이 된다. 왜 우울한 얘기를 하느냐면 우리나라 사람 1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동물 중에는 개가 81%로 단연 으뜸이다. 그런데 그 개가 죽을 때까지 키우는 경우, 즉 진짜 반려동물로 살아가는 것은 17%에 불과하다. 83%의 애완견은 유기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르는 주인의 손에 의해 하루아침에 운명이 바뀔 수 있는 것. 그래서 못 믿을 개 팔자라 했던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개로 꼽히던 사자개(티벳탄 마스티프)의 상전벽해 같은 신세 하락이 오늘 주목된다. 

사자개는 혹독한 겨울과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 티베트가 원산지다. 옛날부터 유목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준 필수 존재였는데 주인과 주인의 재산인 양이나 염소 등을 지키기 위해 늑대 무리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등 뛰어난 충성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맹견이자 사자를 닮은 모양새 때문에 사자개로 불리는데 1980년대 단 100마리만 남았을 정도로 희귀종이 돼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2013년 중국에서 부유층의 상징으로 꼽혀 투기 열풍까지 부는 바람에 몸값이 엄청나게 뛰어 한 마리에 20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기까지 해 애완견 세계 최고가를 경신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중국 짱아오 박람회'에서 생후 1년 된 수컷 짱아오 한 마리가 산둥성 칭다오의 부동산개발업자에게 1천200만 위안(약 20억8천만 원)에 팔렸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중국 국보라는 판다에 버금갈 수준이었다.

하지만 사자개 '짱아오'도 역시 개 팔자. 인간에 의해 올려진 가치가 인간의 변덕에 의해 급락한다. 어느 사자개 한 마리가 며칠 전 베이징의 동물보호 단체에 의해 베이징 인근의 도살장에서 발견돼 구출됐는데 주인의 버림을 받아 다른 잡종견 150마리와 함께 마리당 5달러(5,500원) 팔려 왔다고 한다. 20억 몸값이 5,500원으로 떨어지다니. 하긴 그 몸값 사자개가 스스로 정한 게 아니니.

사자개의 팔자가 이렇게 바뀐 것은 중국의 경기 하락과 시진핑 주석이 주도하는 부패추방 운동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경기 하락으로 졸부들의 몰락이 잇따른 데다가 중국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사치품 투기 경쟁을 벌였던 중국 부유층이 돌연 검소한 분위기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인간의 변심이다. 중국 소비계층 특유의 변덕. 사자개 키우는 것이 유행이었다가 유행이 끝나니까 하루아침에 버려지는 것. 인간의 변덕이 사자게의 팔자를 못 믿을 개 팔자로 만든 것이다. 보기 싫다고 하니 모든 게 싫어지는지 사육업자들은 "사자개는 고기만 먹기 때문에 큰 덩치에 하루 먹이값만 50달러 이상이 든다. 가격 이하라도 팔고 싶다."는 불평을 한다. 이러다 종국에는 20억짜리 유기견이 나올 수도 있다.  

현직 수의사가 쓴 동물병원 이야기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개가 커서 싫다, 병들어서 그냥 안락사시켜달라는 전화가 자주 와 짜증 나서 일부러 안락사 비용을 엄청 비싸게 부르니 아예 병원 근처에 병든 개를 묶어두고 튀어버렸다>는 것이다.

애완견이든 유기견이든, 사랑받든 유기되든 동물은 책임이 없다. 동물에게도 책임을 져야 사람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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