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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흡연은 죄?

hherald 2015.02.23 19:10 조회 수 : 953

 



흡연자가 설 땅이 점점 없어진다. 영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오는 10월부터 어린이가 탄 차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 50파운드를 물린다.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타고 있으면 제 차라 해도 담배 못 피운다. 어린이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자는 의도다. 영국에는 매주 43만 명의 어린이가 차량 내 간접흡연에 노출된다고 한다. 물론 이런 금연법까지 만들어야 하느냐, 정부가 사생활을 심하게 간섭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흡연자들이 때로는 심한 규제가 역차별이라는 불평을 하지만 불만을 쏟든 말든 '흡연이 죄'라는 인식은 세계 공통이다. 세계 도처에서 공공장소는 더 이상 흡연자가 설 땅이 없다. 피우면 벌금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버스정류장에서 흡연하면 한화로 약 62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차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면 처벌받는다. 한국에서도 음식점에서 흡연하면 벌금이 10만 원. 가장 엄한 곳은 아이슬란드가 아닐까.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핀 사람과 업소 주인은 벌금 약 450만 원과 영업 정지, 담배를 피우려면 의사에게 '이 사람은 담배를 피워도 괜찮습니다'라는 처방을 받아 약국에 제출해야 담배를 살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흡연자는 어떨까. 구차하다 못해 처참하다. 이런 강력한 규제 덕분인지 1991년 국민의 30%이던 흡연율이 20년 만에 15%까지 내렸다. 유럽에서 가장 낮다. 이런 핍박 속에 15%의 국민이 흡연한다는 것이 오히려 경이롭다.

세계 금연의 날이 있다. 5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1987년에 제정했는데 우리나라도 매년 캠페인을 열고 있다. 흡연을 권장하는 국가는 세상에 없다. 모든 나라가 국민의 금연을 돕고 있다. 유럽에서 담배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독일인데 요즘 지압요법과 최면요법을 합한 금연 테라피가 유행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권장하는 이 치료 센터의 지원자 80%가 금연에 성공했다고. 태국은 라임이라는 과일이 금연 보조제로 쓰인다.흡연자들은 대체로 산성이라 알칼리성인 라임을 먹는 게 좋고, 라임 주스는 신맛이 확 느껴져 담배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라에서 권하는 것들이다. 북한도 동참한다. <건강에 나쁜 담배를 끊어 강성대국을 건설하자> <담배는 심장에 겨누어진 총과 같다> 금연의 날을 맞은 북한의 금연 구호다. 애연가로 알려진 김정일의 지시로 시작됐다.

8초마다 1명, 1년에 4백만 명이 담배로 죽는다. 그런데 담배로 사망하는 사람 중 3분의 1이 제 3세계 국민들이다. 2030년경이면 매년 1천만 명이 사망할 걸로 보는데 이 중 7백만 명 정도가 개발 도상국의 국민으로 전망한다. 서방 선진국 담배회사들이 그렇게 만든다. 자국의 담배 소비가 줄자 이들은 새로운 공략시장으로 아시아와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들을 점찍고 담배소비량을 늘리려 니코틴 함량을 선진국 허용치의 두 배가 넘는 담배를 뿌려대 중독자를 만든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담배 천국 인도네시아는 아동흡연으로 고민에 빠졌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19세기에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재배를 시작해 서민의 기호품이 됐다. 2억4천만 명의 인구, 성인 남성의 60%가 흡연자다. 10세 미만 아동 3명 중 1명이 흡연 경험이 있으며, 16세 이하의 경우 100만 명이 상습적인 흡연자다.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를 처벌하는 법률도 마련돼 있지 않아 어린이들도 어디서나 쉽게 담배를 살 수 있다. 담배로 거둬들이는 세금과 담배회사가 주는 정치 헌금에 길들여진 인도네시아 정부는 담배를 규제할 의지가 없다. 그래서 규정이 없다.  인도네시아는 <규정이 없으면 담배회사가 어떤 짓을 저지르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TV나 라디오에 담배광고가 나오고 초등학교 앞 대형 광고판이 담배광고다. 젊은이 콘서트에 광고회사가 경쟁적으로 후원해 미성년자를 흡연의 길로 끌어들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어린이의 간접흡연 피해를 우려해 금연법을 만드는데 인도네시아의 7세 어린이는 어느 시설에서 금연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흡연이 죄'라는 인식은 같다는데 죄의 첫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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