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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28살의 한국 입양아 출신 프랑스인이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프랑스 한 가정에 입양됐는데 문제아였던지 청소년 시절 13차례나 범죄를 저질렀다. 사고를 쳐 교도소에 갔는데 여기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그는 이슬람 지하드(성전)에 참여하려고 2012년 11월 소총과 탄약을 구입한 뒤 시리아 아트베 지역으로 갔다가 약 열흘 만에 귀국했다. 다시 시리아로 돌아가고자 위조 여권을 사려다 지난해 1월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그런데 그가  시리아에서 돌아온 이유가 우습다. 담배를 피우고 싶어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지하디스트는 흡연하면 안 되는데, 금연 껌을 갖고 갔지만, 담배를 피우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전자 담배를 사러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 열흘간 이슬람 무장세력에 가담한 죄의 벌은 가혹했다. 프랑스 파리 형사법원은 그에게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징역 7년 형을 선고했다. 슬픈 운명의 한국 입양아는 프랑스에서 재판을 받은 첫 지하디스트로 기록됐다.

지하디스트는 이슬람 성전주의자를 말한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등 반군 조직에는 외국인 전사가 87개국 5만4000여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대부분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등 이슬람권 국가 출신이지만 EU,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서방 출신도 수천명이다. 프랑스인 900명, 영국인 400~700명, 독일인 400명, 미국인 100명, 오스트레일리아인 60명의 지하디스트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독일, 프랑스는 유럽에서 자생적 지하디스트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영국과 프랑스 경우에는 과거 식민지였던 중동·아프리카·아시아의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인구가 많고, 독일은 인접국 터키 와 동유럽 이민자들의 유입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럽이나 서방 출신 지하디스트는 대부분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서방으로 이주한 이슬람권 가정 출신이다. 거의 모두가 젊고 어리다. 평소 종교적 열의가 강했던 것도 아닌데 어느날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나는 그들은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주류 사회 진입이 어려운 현실에 갈등을 하다 지하디스트가 되는 것으로 탈출구를 찾는 것으로 본다.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이들이 귀국해서 벌이는 테러다. 실제로 지난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유대인 8명 살해사건은 프랑스 출신 IS 대원이 저지른 것이다. 그래서 각국은 자국 출신 지하디스트의 귀국을 차단하고, 국내의 자생적 지하디즘을 근절하려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그 와중에 프랑스 정부가 지하디스트를 구별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논란을 낳았다. <오래된 친구들을 의심한다> <가족을 등한시한다> <식습관이 급격하게 변한다> <취직 의사가 없어진다> <음악을 듣지 않게 된다> <TV를 보지 않고 극장에 가지 않는다> <활동적인 스포츠를 하지 않는다> <입고 다니는 의상에 변화가 생긴다, 특히 소녀들이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적인 의상을 입고 다닌다> <극단주의자들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등의 현상이 보이면 지하디스트로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오히려 반(反)이슬람정서를 더 조장하는 게 아닐까. IS에 가담했던 아들을 탈출시킨 영국인 어머니가 "돌아온 지하디스트 품지 못하면 파리 테러와 같은 참사 이어질 것"이라고 한 것도 빈말이 아니다.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지하디스트가 되려는 젊은이를 막는 노력도 해야겠지만 유럽, 서방산 지하디스트는 청년실업같은 경제,사회적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생겨난다는 변명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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