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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해 들어 악수를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불친절한 반기문?'이라는 기사 제목까지 올랐다. 반 총장이 새해 들어 악수 대신 팔꿈치로 상대방을 툭 치는 방식으로 인사한다고, 그것이 유머 감각이나 다른 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에볼라' 때문이다. 반 총장은 지난해 에볼라가 창궐한 서부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 말리, 가나 등 5개국을 다녀왔다. 에볼라 잠복기는 21일, 반 총장은 21일 동안 격리돼야 하는데 이 기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일을 하기로 했기에 업무는 보되 악수는 할 수 없도록 했다. 악수를 할 수 없으니 '불친절한 반기문?'이 됐고 대신 팔꿈치로 툭 치며 인사하고 다녔다.

악수는 가장 보편적인 인사의 한 방법이다. 오른손을 상대방과 맞잡고 손을 흔드는 방법인데 선의를 보이기 위한 행동이기 때문에 과거에 자신이 무기를 손에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많이들 추측한다.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내 오른쪽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안심시키는 의미. 그래서인지 이 가설에 의하면 여성은 악수하는 습관이 없다는 것이 설명된다. 여성은 오랜 옛날부터 무기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악수의 기록에 의하면 악수는 천상의 신이 지상의 지배자에게 권력을 수여하는 동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집트의 상형문자에서 손을 내민 그림이 '주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라도 한다. 기원전 1800년경 바빌로니아에서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축제 자리에서 왕이 최고신 말두크 상의 손을 잡았는데 이것은 말두크가 그 해의 통치권을 왕에게 내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의식은 대단히 설득력이 있어서 앗시리아인이 바빌로니아를 정복했을 때 앗시리아의 왕들도 이 의식을 행하지 않으면 통치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 이것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반기문 총장 정도 인물은 본인이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지 않는 이상 악수의 예절상 먼저 손을 내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악수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동성간에는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기혼자가 미혼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청한다. 여성은 남성과 악수를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여성쪽에서 손을 내밀었을 때에는 남성은 악수를 해도 된다. 원칙적으로 남성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다. 또 왼손은 불결한 손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오른손으로 악수해야 한다. 부인은 장갑을 낀 채 악수해도 괜찮지만, 남성은 장갑을 벗는 것이 원칙이다. 악수를 하면서 절은 하지 않고, 상대의 눈을 보면서 한다. 등등...

바람직하지 못한 악수로 꼽히는 것이 마지못해 악수를 하는 것처럼 머뭇거리는 듯한 태도, 손을 너무 세게 쥐거나(일부 남자들의 쓸데없는 과도한 자신감) 또는 힘없이 잡는 것, 이성의 경우 손을 주무르거나 손장난을 하는 것(검지로 상대 손바닥을 긁는 장난을 하는 남자들은 뺨을 맞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음흉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왼손을 주머니에 넣거나(빌게이츠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런 악수를 했다가 욕을 먹었다. 우린 정서에 정말 싸가지 없는 악수다) 뒷짐을 지는 자세 등이다.

악수는 손을 잡고 눈을 보는 인사다. 그래서 악수하며 상대방의 눈을 보는 것은 '진솔함'이며 악수하며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은 '무례함'이다. 그런데 어릴 때 보았던 TV 외화 형사 콜롬보의 피터 포크는 악수할 때 눈을 치켜뜨고 상대의 눈을 쏘아보던데 '진솔함'으로 상대의 속마음까지 읽는다고 했던가?

악수는 손을 잡으며 상대 마음의 문을 열고 잡은 손을 흔들며 관계를 이어가는 사회적 접촉이다. 에볼라 방문으로 악수가 금지된 반 총장에게 가장 불편한 것은 '손녀들과의 관계'였다고 한다. 반 총장을 찾아온 손녀들을 안아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이유 있는 불편이 아름답다.


헤럴드 김 종백  05/jan /2015 -6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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