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전라도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

hherald 2014.12.08 19:18 조회 수 : 1517

 
2014년 대한민국에 기상천외의 사원 채용공고가 나왔다. 채용 정보 사이트 알바몬에 <안산 생산직/상여700/월250이상/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라는 제목의 채용 공고가 올랐는데 지원 불가 요건으로 ‘외국인’, ‘전라도가 본적인 사람’이 있었다. 전라도 출신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이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식 이하의 충격적인 행태에 개탄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호남미래포럼은 "기도 안산시 남양공업이 채용공고에 ‘전라도 출신 채용불가’를 명시해 큰 사회적 파문과 물의를 빚고 있다"며 국가인권위가 엄정한 조사와 법적 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 업체는 아르바이트생 채용 업무를 대행하는 대행사의 실수라며 회사가 인재를 채용하는 데 있어 지역 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사실 <전라도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건 큰일 낼 채용 공고다. 한국의 고용정책기본법에는 사람을 뽑을 때 합리적인 사유 없이 성별과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학교, 혼인·임신,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무리 우리나라 정치가 지역 정당 중심이라지만 공장에서 사람 뽑으면서 지역 차별을 공공연히 하다니.

흔히 우리나라 지역 차별의 역사로 태조 왕건의 '훈요 십조'를 든다. <차령산맥 남쪽과 공주강(금강) 외의 지방은 산세가 거꾸로 달려 역모의 기상을 품고있으니 결코 그 지역 사람을 중히 쓰지 마라>는 내용을 두고 호남 차별의 근거로 말한다. 그러나 이는 현대의 지역 차별과는 전혀 관계없다. 훈요 십조 자체가 위작이라는 논란이 많은 데다 그 내용도 후백제의 잔존 세력이나 청주 일대 세력을 견제하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 특히 왕건이 전라도 지방을 미워할 이유가 없고 개국공신 중에 전라도 출신이 많았다는 것으로도 차별의 의미는 약하다. 어찌보면 신라 통일 시기에 차라리 지역 차별이 있었다고 할까. 신라는 삼국통일을 '일통삼한'이라 강조하며 옛고구려와 옛백제인을 중앙집권체제에 편입시키는 정책을 폈지만 한편으로 엄격한 차별정책을 했다.
옛 고구려인에게는 7등관인 일길찬까지, 옛 백제인에게는 10관등인 대내마까지만 관등을 줬다. 신라에서 이들은 고위 관직에 오르지 못했다. 옛 고구려인보다 옛 백제인에거 더 박했다. 그래서 지역주의 기원을 신라 통일기로 보는 경우가 많다.

조선 시대에는 경상도가 차별받던 시기가 있었다. 이황의 학통을 이어받아 경상도를 본류로 하는 붕당인 남인이 1728년 이인좌의 난에 적극 가담했다가 권력에서 완전히 퇴출당한 당시다. 인조반정과 이인좌의 난으로 두 번 퇴출당한 남인은 수백 년간 권력을 못 가져 출세길이 막히자 경상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을 시샘하고 폄훼한다. 이중환의 택리지를 보면 시샘하는 정도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팔도의 인심을 살펴보면 경상도의 풍속이 가장 진실하고 / 함경도는 지리적으로 오랑캐 땅과 가까워 성질이 거세고 사나우며 / 황해도는 산수가 험해 사납고 모질다 / 강원도는 산골 백성이라 어리석고 / 전라도는 오로지 간사하고 교활하여 나쁜 일에 쉽게 움직인다 / 경기도는 백성들의 재물이 보잘것 없고 충청도는 오로지 세도와 재물만 좇는다>

조선시대 전라도 차별의 역사를 보여주는 황윤석의 <이재난고>. 호남 선비 황윤석은 일기로 18세기의 지역감정과 전라도 차별의 모습을 그렸다. 내용은 이렇다. <18세기 가장 심하게 차별받은 곳은 전라도 / 당시 차별은 주로 서울이 전라도에 대해 하던 것 / 영정조 당시 반역향으로 찍힌 곳은 전라도 / 영남인은 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으나 전라도는 지리멸렬 / 전라도에 대한 차별은 기질이 속이고 경박하다는 것 / 흉한 범죄 등의 인재가 많다 / 역적이 많다>

근대의 지역 차별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질 나쁜 무리가 별 근거 없이 차별을 이용하고 일반 민중은 이용당하며 차별에 대한 이미지를 머리에 심는다. 인간사회는 지역이 아니더라도 계층, 종교, 이념, 종족 등 많은 요인에 의해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아직도 영호남 지역 갈등에 머물러 있다면 과연 통일 후 남북 간의 지역 갈등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전라도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 제발 넓고 크게 보자.

헤럴드 김 종백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