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분신을 기도했던 아파트 경비원이 끝내 숨을 거두었다. 지난달 10일 70대 여성 입주민에게 인격 모독적인 말을 듣고 아파트 단지 노상 주차장에 있는 차에 들어가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던 아파트 경비원 이씨가 7일 숨졌다. 압구정동 S아파트에서 근무하던 50대 경비원이 입주민과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이 있은 지 한 달이 못 돼 그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50대 가장이며 아버지였던 어느 경비원의 죽음. 이는 자신의 위치를 착각하는 어쭙잖은 인간 군상의 교만이 저지른 죽임이요, 이를 분신으로라도 고발하고자 절규했던 죽음이다. 이 경비원의 죽음은 우리도 부지불식간 이런 경비원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어쭙잖은 갑의 흉내를 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만드는 사건이다.
경비원의 분신에는 '70대 입주자 할머니'라는 분명한 '가해자'가 있다. 동료 경비원의 증언을 보면 <일주일에 이틀 동안은 분리수거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이 입주민이 꼬챙이 같은 걸 갖고 다니면서 일일이 확인을 한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만 모으는 데에 다른 이물질이 들어가 있으면, 경비를 불러서 막 모욕적인 얘기를 해 가면서 '왜 분리수거를 이 모양으로 하냐' 그러니까 좀 성격이 유별난 분이죠. 또 그분이 5층에 사신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5층에서 '경비, 경비'하고 불러서 '이거 받아먹어' 그러면서 먹을 것을 5층에서 던진답니다> 할 정도로 인격 모독적 행위가 있었음이 드러난다. 또 분신한 경비원은 유서 형태의 쪽지를 남겼는데 문제의 '70대 입주자 할머니'가 사는 동의 경비로 발령 낸 책임자를 원망하고 있다. 다른 경비원들도 그 할머니를 보면 심장이 뛰어 우황청심환을 복용해 가면서 근무 중이라는데 믿기 힘든 블랙코미디 같다.
그런데 아파트 경비원의 실상이 그랬나 보다. 이런 문제가 압구정동 S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포함된 감시·단속직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에 속한 대표적 예로 꼽힌다. 경비노동자들은 해고 위기를 가장 크게 느끼는 직종이라 앞서 말한 일상적인 비난을 자주 듣지만 민원으로 해고될까 두려워 제대로 항의조차 못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양식 없는 입주자들은 어쭙잖은 '갑'이되어 경비원에게 모욕을 주곤 하는 것이다. 입주자라는 위치가 권력이라도 되는 양 착각한 사람. 쯧쯧...
분신은 '스스로의 몸을 불사르는 행위'다. 이렇게 해서 죽으면 분신자살이 된다. 분신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자살 중에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자살이라고 한다. 분신은 이처럼 어려운 선택이기 때문에 엄청난 임팩트가 있어 무언가 세상에 호소하고 죽으려는 사람들이 이 길을 택한다. 따라서 분신은 자신의 억울함을 사회에 알리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그는 아내와 아들을 둔 50대 가장이며 아버지였다. 그가 스스로 온몸에 불을 붙여 죽어가면서까지 알리려 한 메시지는 무얼까.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을 돈과 권력으로 재단해 함부로 대하는 무식한 부류를 향한 절규였을까. 가진 것이 많다는 이유로, 많이 배웠다는 이유로,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조차 깔봄과 무시의 대상으로 대하는 어쭙잖은 '갑'들을 향한 절규였을까.
오늘 나도 어디에선가 나도 모르는 사이 어설픈 '갑'의 횡포를 부린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라는 절규였을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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