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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한국 제과업체들의 과대포장을 비꼬는 유명한 말. <질소를 샀더니 덤으로 과자를 주더라>. 과자 몇 개 안넣고 얼마나 부풀려 포장을 했으면 이런 말이 다 나올까. 그런데 이 말도 유행한지 오래 됐는데 한국 제과업체들은 <포장재를 안 쓸 수가 없어요. 깨진 거 나오면 좋겠어요? 과대포장이라고만 몰아가면 개발 의욕이 떨어져요.>라고 항변했다. <과대 포장이라고 비판하면 개발 의욕 떨어진다>는 말은 2014년 3월 30일 SBS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을 때 정말 있었던 답변이다. 기가 막히지 않는가.

과대포장을 꼬집은 사례 하나. 2012년 현역 구조대원이 민방위 강사를 하면서 한국 과자는 물놀이 사고 구명대로 쓸 수 있다고 강연했다. 작은 스낵류는 3~4개 가량을 비닐에 넣고 입구를 묶어 던져주면 되고 노래방용 크기의 과자는 그냥 던져주면 간이구명대로 충분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노래방용 대형 과자봉지를 안고 수영하는 사진에 <한국에선 구명튜브가 필요없습니다! 아주 훌륭한 대용이 있거든요! 또 구명튜브 안에는 비상식량도 들어있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유행했다.

물론 정부에서 과도한 부풀리기에 제동을 거는 법을 만들어놓기는 했다. '제품의 포장재질 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에는 내용물이 완충재의 80%는 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벌금은 300만원이다. 그러나 법령 비고란에 '부스러짐-변질을 막기 위해 공기를 주입하는 경우 부풀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포장공간비율을 적용하지 않는다' 는 구절이 있다. 그래서 제과업체에서 '부서지지 말라고 넣은 소비자의 배려.라고 하면 처벌할 수 없다. 말그대로 있으나마나 한 법, 유명무실한 법이다. 제과업체는 이런 허술한 법의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국산제품은 과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과도한 완충재 사용이나 공기주입으로 내용물 대비 최대 6.5배 큰 포장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질소과자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기상천외 퍼포먼스가 나왔다. 대학생들이 국산 과자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했다. 감자칩 등 실제 과자 봉지 160여개(18만원어치)로 길이 2m, 폭 80㎝짜리 과자 봉지 보트를 만들어 이를 타고 30여분 만에 900m 정도의 한강을 횡단했다. 보트는 중간중간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뒤집히거나 가라앉지는 않았다. 참신한 방식으로 제 목소리를 낸 이들 대학생을 격려하는 사람들이 한강에 나와서 퍼포먼스를 응원했다.

과대포장은 한국의 소비자만 봉으로 보는 제과업체의 얌체 상혼이 고스란히 보이는 행태. 해외 판매용은 과자는 상황이 딴판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국내 과자는 양도 더 많고 싸다. 일본에서도 그렇다. 하물며 한국으로 유학 온 일본인 유학생들이 과자를 샀다가 너무나 어이없는 양에 제조공정의 실수인 줄 알고 환불을 요구했다가 그게 정량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일본으로 돌아갈 때까지 절대 군것질을 안 했다는 얘기도 있다. 양이 문제가 된다니까 어느 제과업체 관계자는 이런 말도 답변이 된다고 한다는 소리가 "과자는 특성상 배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간식으로 맛을 느끼기 위한 일종의 오락 활동이기 때문에 양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구무언이다.

그래서 한국 소비자는 외국과자로 눈을 돌렸다. 제과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수입 식품 중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인기 품목에 대한 관리감독 이 또 급해졌다. 일례로 수입하려던 프랑스산 마카롱 바닐라에서는 세균수가 무려 g당 670만마리까지 검출됐다. 기준보다 13배 이상이다. 질소를 사도 문제, 수입 과자를 사도 문제, 정부 규제도 문제 제과업체의 답변도 문제... 워낙 욕심들만 부리다보니 "질소를 샀더니 덤으로 과자를 주더라"를 해묵은 농담으로 돌리려니 이제는 아이들 과자 한 번 먹이기도 힘든 나라가 될려나.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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