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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우리말과 우리글의 적은 누구일까

hherald 2014.10.06 19:00 조회 수 : 688

 

얼마 전 영국에서 동포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연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번 국회의원 당시 국회 상징문양인 '國'을 한글 '국회'로 바꾸자는 개정안의 대표발의자였다. 이렇게 제안한 이유는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자이며 국회가 제정한 '국어기본법'에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어인 한글에 대한 존중과 국어기본법의 취지를 반영해 국회기 및 국회 배지 등의 '國'자 표기를 한글인 '국회'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배지는 이제 금빛 '國'이 아니다. 무궁화 문양에 한글 '국회'가 들어있다.

한글은 세상에 있는 3천여 개 언어 가운데 하나다. 사용하는 사람이 많기에는 13위다. 세계 1위 사용 언어는 중국어로 33개국에서 11억 9,7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2위 스페인어 31개국 4억 1,400만 명, 3위 영어 99개국 3억 3,500만 명, 힌디어 4개국 2억 6천만 명, 아랍어 60개국 2억 3,700만 명 순이다. 다음으로 6위 포르투갈어 12개국 2억 300만 명, 뱅골어 4개국 1억 9,300만, 러시아어 16개국 1억 6,700만 명, 일본 3개국 1억 2,200만 명 등이다. 1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이렇게 9개다. 한국어는 7,72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세계 18위 규모에서 13위로 지난해 격상했다. 프랑스어도 사용자가 한글보다 적다.

한글은 3개국 7,720만 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세계언어 공식 통계자료로 공개됐다. 3개국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한국어가 공식 언어로 쓰이는 나라가 3개라는 것인데 한국, 북한, 중국이다. 대한민국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언어학연구소의 '문화어', 중화인민공화국 중국조선어규범위원회의 '표준어' 등 3가지가 한국어다. 남북한이야 당연하지만 중국은 공인된 소수민족 언어 중 하나다. 따라서 공식 언어라는 것이 반드시 그 사회의 영향력 있는 언어라는 뜻은 아니다. 일본어를 예로 들면 일본어 공용어 사용국가로 팔라우 공화국이 있다. 태평양 서부에 있는 섬나라로 인구 20만 명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연방 국가로 여러 개의 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에 면적 8㎢, 인구 188명의 앙가우르 주가 있는데 이곳이 팔라우에서 유일하게 일본어를 쓰는 곳이다. 그마저도 일본어가 기록상 공식어지 영어나 팔라우어를 쓴다고 한다.

한국어는 국제기구 공식 언어다. 국제특허협력조약에 따른 국제공개어는 10개로 아랍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독어, 일본어, 포르투갈어와 함께 한국어가 포함됐다. 아랍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는 UN의 공식 언어다. 여기에 독어, 일본어가 포함된 8개 언어가 기존 국제공개어였다. 그런데 2007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 한국어와 포르투갈어를 포함시켰다. 별것 아닌 단체로 보일 수 있으나 회원국이 183개다. 한국어는 18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국제기구 공식 언어가 된 것이다.

한글은 수난의 역사를 가진 언어다. 한글이 우리 언어생활에서 제대로 대접받게 된 것은 1894년 갑오개혁 이후다. 우리글을 국문(國文), 우리말을 국어(國語)라 부르고, 공문서 작성에 한글사용을 보장한 것이 이때다. 김흥식의 <한글전쟁>이란 책은 '수천 년의 사투에서 살아남은 우리말·글'이 '영어와의 핵전쟁'을 하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영어를 모르는 이들은 이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고가 우리에게 흐르고 있다며 책은 '한글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말·글, 우리 문화의 적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 세상 언어는 2주에 하나꼴로 사라진다고 한다. 소수민족이 쓰는 언어는 마지막 사용자가 죽으면서 언어도 사라지는 것이다. 책은 뜻깊은 사례를 말한다. <19세기 중반에 하와이의 왕 카메하메하 4세는 하와이 주민의 더 나은 지적 발전과 수입, 외국인과의 대등한 관계 수립을 위해 영어 교육을 전면화했다. 백 년도 지나지 않아 영어는 하와이인들의 일상어가 됐지만 하와이인들은 외국인과 대등해지지 못했고 대다수는 저임금에 천대받는 직업에 종사해야 했다. 일제 때 조선인들의 처지가 그랬고, 말·글을 잃어버린 청 제국의 후손 만주족의 오늘날 처지가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국 생활에, 특히나 영국에 살기에 되물어본다. 우리말과 글이 사라지는 우리 사회와 우리 가정,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우리말과 우리글의 적은 과연 누구일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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