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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반기문과 전두환, 기억조차 불편하다

hherald 2017.01.23 19:09 조회 수 : 1330

 

반기문이 전임 대통령들에게 귀국 인사를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과는 통화로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접 만나 "녹색 성장을 이어받겠다"고 했다가 논란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서 참배했는데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람 사는 사회'로 잘못 적어 또 논란이 됐고 그래서인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순 여사에게 전화로 인사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퍼포먼스마다 코미디요, 맨트마다 실수니 아예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했나 보다.

 

반기문과 전두환. 무슨 말을 했을까. 반기문은 전두환 정권과 인연이 있다. 반기문은 1985년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전두환 정권에게 보고하던 군사독재 정권의 부역자였다. 이는 공개된 외교문서로 드러난 사실이다. 1985년으로 가보자.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신군부 정권의 대표적인 공안조작사건인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가 1982년 12월 신병치료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로 석방돼 미국으로 건너가 망명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반기문은 참사관으로 하버드 대학교에 연수 중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85년 2.12 총선을 앞두고 야당 인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1984년부터 귀국을 추진했고 전두환 정권은 귀국하면 다시 감옥에 넣겠다고 겁박하며 귀국을 막던 때였다. 반기문이 미국대사를 통해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한 내용은 '김대중 전 대통령 구명 활동을 하는 미국 지식인들의 동향'이었다.  보고서는 <하버드 대학에 연수 중인 반기문 참사관이 1월 7일 동 대학 교수로부터 입수, 당관에 통보하여 온 바에 의하면>으로 시작한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망명생활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했는데 유학생 신분이어서 보고 의무에서 자유로운 그가 군사독재 정권을 위한 정보 수집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조력자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외교관이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을 성실히 수행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 그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하나의 외교 전문으로 다 알 수 없다는 옹호론도 있다. 그래서 반기문의 전두환 시절 일화를 하나 더 소개한다. 

 

반기문은 전두환 정권에서 국무총리, 안기부장, 외무부 장관을 지낸 노신영을 롤모델로 삼고 존경했다. 노신영 외무부 장관이 안기부장으로 가고 이범석 씨가 후임 장관이 됐다. 노신영과 이범석은 사이가 나빴다. 노신영은 안기부장으로 있으면서도 외무부의 일을 알고 싶었고 직계인 반기문에게 매일 아침 안기부장 공관에 들러 외무부 일을 보고하게 했다. 뒤늦게 이범석이 이 사실을 알았다. 이범석은 반기문을 질책하지 않고 장관실 한 쪽에 책상을 하나 두고 반기문에게 ‘기왕에 안기부에 보고하려면 장관실에서 근무하면 모든 걸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내놓고 파악하고 내놓고 안기부에 보고하라’고 했다. 일종의 염탐꾼이었던 반기문은 정체가 탄로 났고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냈을텐데 안면에 철판을 깔고 그 책상에서 근무했다는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를 견뎠는지, 출세와 권력에 대한 의지가 이를 견디게 했는지는 몰라도 공사를 구분 않는 반기문의 이런 맹종이 불편하다. 더욱이 지도자가 되겠다고 꿈틀거리니... '기름 장어' 별명을 자랑스러워 하는 그의 처세가, 영혼 없는 관료였을 군사독재 정권의 부역자가 지도자가 되겠다고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불편하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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