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종합회관이 개관했다. 재영 한인의 역사가 50년이라면 50년의 숙원을 이룬 것이다. 재영 한인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한인종합회관을 갖고자 하는 염원이 있었고, 50년 동안 그 염원을 이루고자 노력했고, 그 결실을 오늘 맺은 것이다.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날 개관식에서 서병일 한인회장이 한 말처럼 <한인들의 지난 50년 정성이 한인종합회관 바닥에 깔렸고, 한인들의 지난 50년 노력이 한인종합회관 토대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이 개관식에 참석하러 특별히 방문한 천영우 차관은 <수십 년 전 모금을 처음 시작한 이의 공로를 인정해야 하며 모금액이 수십 년을 지나면서 계속 불어났다는 착실한 기금 관리도 칭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축사를 통해 한인사회의 오랜 기간 노력을 암시적으로 치하했지만, 회관 구입의 결정적 불을 지핀 천영우 차관 본인도 주영대사 임기 말에 열정적으로 모금활동을 했고 큰 힘을 보탰다. 한인종합회관이 어쩌면 관심 밖의 사안이었을 재영경제인협회 소속 기업의 동참을 이끌어 낸 것과 한인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독지가로 끌어들인 것은 그만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인종합회관 건립기금을 마련한 두 개의 큰 축은 한인회와 런던한국학교다. 오랜 기간 다른 꿈을 꾸면서 각자가 모금해온 것을 하나의 목표로 합치면서 회관 마련의 가능성을 연 것이다. 물론 한인회와 런던한국학교는 기금을 마련해온 긴 역사 속에 갖가지 사연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개관식을 하면서 그 사연 속에 담긴 공과를 논하는 것이 이제는 무의미해진 분위기다. 좋은 일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자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병일 한인회장의 말처럼 <운영방법 때문에 어떤 한인들에게는 문턱이 높은 한인복지회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은 이제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대체적인 그림은 이미 그려져 있다. 더 좋은 바람들을 붙이자면 천영우 차관의 표현처럼 <한인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거점>이 되도록 한다면 물론 금상첨화다.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다. 어렵사리 마련한 이곳을 우리가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장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인종합회관을 마련하자는 것이 한인들 숙원의 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숙원은 마련된 한인종합회관을 통해 이루려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보면 이날 추규호 대사의 제안은 참 새롭다. Korean Community Centre라는 한인종합회관의 의미를 Korean Service Centre나 Korean British Community Centre로 확장시켜 보자는 제안. 봉사정신을 갖고 동포사회 밖으로 확장된 발전을 꾀하자는 제안에 덧붙여 앞으로 회관을 운영하면서 우리가 가질 자세로 제안한 것은 더 압권. <비판하되 비난을 하지 말고, 성찰과 협조를 하되 무시와 냉소는 보내지 말자>는 것.
좋은 말이 많이 쏟아진 이날, 한인종합회관 개관과 더불어 그런 한인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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