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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가톨릭에서 올해는 희년禧年이다. 올해란 1월 1일에 시작하는 일반 달력과 달리 가톨릭 전례력에 따라 대림 제1주일로 시작하는 한 해를 말하는데 특별히 자비의 희년이 된 올해는 2015년 12월 8일(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시작돼 2016년 11월 20일(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끝난다. 끝난다는 것이 폐막閉幕한다는 의미인데 바로 성문聖門을 열고 닫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특별 희년Jubilee of Mercy'은 12월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holy door을 여는 미사로 시작돼 2016년 11월 20일 성문을 닫는 것으로 폐막한다. 바티칸에 가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이 문은 평소 굳게 잠겨있다. 성년의 첫날 오직 교황만이 은망치로 벽돌벽을 두들겨 이 문을 열고 순례자들이 출입할 수 있다.

 

 

희년은 원래 유대인들이 7년마다 안식년을 지내며 빚을 탕감하고 노예를 해방시키던 풍습인데 7년에 일곱 번 곱하여 49년이 지난 다음 해, 즉 50년에 한 번 희년으로 삼았다. 가톨릭에서는 서기 1300년을 시작으로 100년 주기로 희년을 했다가 50년 주기, 25년 주기로 바뀌었다. 그런데 올해는 25년 주기 정기 희년이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특별 희년이다. 교황은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기념해 2015년을 '자비의 희년'으로 선포했다.

 

 

쓰다 보니 가톨릭에 대한 설명으로 길어지는데, 교황이 50년을 기념해 특별 희년을 선포할 만큼 '제2차 바티칸 공의회'란 가톨릭교회의 대격변이자 현대 가톨릭을 만든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가톨릭의 썩은 부분을 들춰내는 대격변 수준의 정책 변화가 있었고, 세속적인 권력과 작별을 고하고, 정교분리 원칙을 확실히 하며 교황의 위치를 권력의 정점에서 사목자의 위치로 돌려놓는 등 가톨릭을 대대적으로 개혁>한 사건이다.

 

그래서 이를 기념해 희년을 선포하고 문을 열었다. 문은 구원으로 가는 길을 상징한다. 성베드로 성당의 이 성문은 파리 테러 이후 경비가 한층 강화돼 벽돌로 막혔다가 이번에 개방됐다. 희년 기간에 가톨릭 신자 천만 명 이상이 이 성문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많은 사람이 모이다보니 사기꾼도 모였다. 구원을 받으려면 통행료를 내라는 사기꾼들이 들끓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구원救援의 문은 무료>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을까.

 

사건인즉, 교황청에서 희년 순례 인증문서를 만 원 정도에 발행해 자선 기부금으로 충당하는데 성베드로 성당 인근 기념품점에서는 가짜 복제품 인증문서가 돌아다니는데 가짜가 더 비싸다고 장당 9천만 원짜리 복제품도 발견돼 로마 경찰이 압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구원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예수는 (구원의)문이며 예수는 무료"라고 했다.

 

'예수는 무료'라는 교황의 말이 새삼스럽다. 예수 만나는데 돈이 든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그랬던가. 그래서 '예수는 무료'가 더 절실한 희년禧年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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