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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운다고?

hherald 2015.10.19 17:50 조회 수 : 1512

 


"선동은 단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엔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어 있다."

 

 

히틀러의 앞잡이이자 언론플레이의 빗나간 천재, 괴벨스가 한 말이다. 파울 요제프 괴벨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히틀러나 하인리히 힘러보다 괴벨스를 더 싫어한다. 힘러는 도살자나 하수인에 불과했지만 괴벨스는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선동했다. 대부분의 독일인이 죄책감 없이 유대인을 공격하게 만든 이가 괴벨스다. 괴벨스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는데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 폴란드에 사는 독일인이 폴란드인에게 학대를 받는다는 엉터리 선전을 했다. 침략하면서 마치 정의의 해방군인양 착각하도록 만든 것이다. 거짓 선동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 그냥 지르고 보는 것, 괴벨스의 유명한 어록은 그의 방식이 왜 괴펠스식 방식이라고 불리며 비난의 대상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거짓말은 처음엔 부정되고 그다음은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파울 요제프 괴벨스.

 

 

새누리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하려 건 현수막-<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을 보면 영락없는 괴벨스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운다니. 무슨 말인가. 그냥 괴벨스처럼, 아니면 괴벨스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 한 문장으로 선동하고 보는 거다.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선명한 구호로 선동하는 게다. 그럼 따져보자. 학생들이 주체사상을 배운다고? 누구에게? 교사에게? 그게 가능해? 우리나라 교과서 발행체계가 검인정제인데? 검인정제는 교육부 장관의 검정을 통과해야 출판될 수 있고 학교에서 사용되는데? 어떻게 주체사상을 다룬 교과서가 지금 정부의 검정을 통과했지? 만약 가르친다면 정권을 맡았던 새누리당의 책임인데?

 

 

이렇게 논리적으로 따질 시간에 이미 사람들은 선동됐다. 학교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친다고? 아니라고 할 때 주체사상을 가르치는 교과서는 당연히 바꿔야 한다고 믿을 사람은 이미 다 그 선동에 넘어갔다는 거다.

 

 

조금 다른 예. 한때 맥도날드 맥도날드 햄버거가 지렁이로 만들어졌다는 괴담이 돌았다. 맥도날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렁이 값이 쇠고깃값의 4배나 되고 그 많은 햄버거에 드는 지렁이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말할 때마다 매출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괴벨스가 맞다.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엔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어 있다.>

 

 

다시 새누리당의 현수막. 교육부가 검정해 통과시킨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선전했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겠는가. 지금 교육부 장관이나 국무총리나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런 거 생각 안 한다. 지르고 보는 선동은 앞뒤 따지지도 않는다. 논리적인 것을 따지지 않고 질러보는 선동은 당연히 거짓말이 필요하다. 거짓말을 통한 여론조작은 새누리당의 전통이다. 군사독재 시절에 민주운동가의 배후에는 늘 북한이 있었고 선거철만 오면 간첩단이 무더기로 생겨났고 잘도 일망타진됐다.

 

 

무리한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하다 보니 이젠 괴벨스의 힘까지 빌리고 있다. 자신이 단 현수막이 아닌 다른 현수막에서도 교훈을 얻는 열린 자세를 새누리당이 가질 수 있을까 기대한다면 연목구어緣木求魚일까.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꿉니다>라는 현수막은 철거됐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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