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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당신의 국보 1호는 무언가요?

hherald 2015.10.12 18:31 조회 수 : 1376

 


우리나라 국보 1호는 숭례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국보 1호에 만족하지 못한다. 자주 "국보 1호는 숭례문이 적합합니까? 훈민정음 해례본이 적합합니까?"라는 여론조사를 한다. 올해도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64.2%, 숭례문은 20.0%, 3배 이상 차이 난다.

 

 

광복 70년인 올해처럼 과거 광복 50주년, 60주년에도 10년 단위의 연례행사로 국보 1호 지위에 관한 여론조사가 있었다. 국보 1호를 바꾸자는 것은 숭례문이 가지는 국보 1호의 의미가 일제잔재 청산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도 마찬가지다. 숭례문은 1934년 조선 총독이 보물 1호로 지정한 문화재다. 보물 2호는 흥인지문.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라고 국보 번호가 아닌 보물 번호만 뒀다. 

 

 

한양 사대문 중 이 두 문만 살아남아 일제의 보물 지정을 받은 것이 임진왜란 당시 이 두 문을 통해 일본 군대가 한양으로 입상했기 때문이라고. 한양 교통에 방해된다고 일제는 모든 문을 없애려 했다. 그런데 숭례문은 가토 기요마사가, 흥인지문은 고니시 유키나가가 한양 입성한 기념비적 문이라 보존했다. 왜장이 지나간 적 없는 돈의문, 소의문, 혜화문 등은 철거당했다. 그래서 국보 1호와 보물 1호에 일제잔재 논란이 항상 따르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일제가 정한 보물 1호를 국보 1호로 격상시켰기에 일제잔재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국보나 보물에 번호를 부여할 때 중요도나 가치, 우열의 번호가 아니라 관리상 편의를 주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훈민정음 해례본이나 석굴암이 국보 1호로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1호’에 붙는 상징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뗄 수 없는 일제잔재를 또 지적한다. 일제는 보물 1, 2호를 임진왜란 때 왜장이 지나갔다는 이유로 만들더니 고적 1호를 경주 포석정으로 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일제는 교묘하게 보물과 고적에 망국의 의미를 담은 문화재를 1호로 지정했다고 추측된다. 따라서 국보 1호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교체론자의 주장이다.

 

 

새로운 국보 1호 후보는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아마 한글의 상징성이랄까. 정확히는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 국보 제70호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됐다. 그런데 간송본보다 보존 상태가 좋고 집현전 학자들의 어문학적 견해가 달린 주석도 있어 학술적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평가받는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이 나왔다. 소유권을 두고 법적 공방이 길었고 1조원의 가치다, 천억을 주면 내놓겠다 등 여전히 말도 탈도 많다. 부연하자면 북한의 국보 1호는 평양성, 보물 1호는 평양종이다. 그렇다면 통일 한국의 국보 1호는 무엇이 될까.

 

 

그래서 남과 북, 해외동포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이 국보 1호가 돼야 한다는 논쟁은 아직도 이어진다. 당신의 국보 1호는 무언가요?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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