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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성인용 로봇에 지레 겁먹은 날

hherald 2015.09.21 18:11 조회 수 : 1458

 


그리스 신화의 탈로스는 청동으로 된 거인이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었는데 제우스가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에게 선물했다. 탈로스가 하는 일은 크레타 섬을 지키는 것. 섬에 상륙하려는 배가 보이면 바위를 던져 물리치고 만약 살아서 섬에 상륙한 적은 안아서 태워 죽였다. 안아서 죽였다는 것은 청동으로 된 자신의 몸을 스스로 뜨겁게 데워 적을 껴안아 죽였다는 말이다. 이렇게 보면 탈로스는 최초의 로봇, 그것도 전투 로봇이 아닐까.

로봇(robot)이란 말은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희곡에서 처음 사용했다. 노동자를 의미하는 체코어 robota에서 따왔는데 희곡에 나오는 로봇은 이름처럼 노동력이 인간보다 뛰어나지만 감정이나 혼은 없는 인조인간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처음 등장한 로봇은 희극에서 비극으로 결말을 내린다.쇠로 변해 인간에게 반항하고 결국 자신을 만든 인간을 모두 죽여 버린다는 비극.

지금 영국은 인공지능을 갖춘 성인용 로봇의 판매 문제로 여론이 뜨겁다. 로봇(robot)이 뭔가. 자동으로 특정한 일을 할 수 있게 만든 기계? 이렇게 단순화하면 산업용 로봇을 말하는 것으로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로봇 공학의 발달은 사람과 유사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기계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까지 부여했다. 문제는 로봇이 발달하고 확산되면서 발생한다. 물론, 로봇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라고 개발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오염된 폐허를 뚫고 들어가 지옥 같은 현장을 깨끗이 치운 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었다는 예를 보면 긍정적인 측면에 이견이 없다. 

한편으로 개인 서비스 분야에서 개발된 정교한 로봇들은 움직임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우들의 활동을 도울 뿐 아니라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 정서적 교감까지 한다. 로봇의 이런 측면은 좋은 기능이면서 문제점도 있다. 어린이나 노인은 로봇과 친숙해지는 이 과정을 통해 정서적 유착을 하고 모종의 인격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인공지능을 갖춰 인간과 대화할 수 있고 성관계가 가능한 로봇 인형의 출현은 더 심각하고 복잡하다. 물론 이 인형이 배우자나 여자친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를 잃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의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아이나 노인의 정서적 교감이 되는 일반 서비스 로봇과도 인격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우려해야 할텐데 대화하고 성관계하는 여자 로봇과의 사이에 생길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간과할 수 있을까.

로봇윤리의 가장 뜨거운 부분은 군사로봇으로만 생각했다. 인간을 살상하는 무기를 가진 로봇이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 못 하거나 적군과 아군을 구분 못 하는 끔찍한 상상. 그런데 이젠, 인공지능을 갖춘 성인용 로봇이 아내가 되고 로봇 커플이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나온다면? 그때 가서 고민하면 사후약방문? 로봇에 지레 겁먹은 나만의 기우일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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