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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어느 날 사무실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젊은 영국인 남자 목소리. 올해 선거에서 새롭게 킹스톤.서비튼 국회의원이 된 보수당Conservative 제임스 베리James Berry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느닷없이 사무실을 방문하고 싶은데 언제가 좋겠냐고 물었다. 신문사 근무하는 날에 맞춰 만나는 것이 내가 편할듯해서 금요일(7월 10일)에 오라 했더니 그는 고맙다며 전화를 끊었다.

약속한 날 약속한 시각에 그가 왔다. 혼자서. 웨이트로즈에서 나눠주는 재활용 가방에 종이 서류 몇 개와 한인헤럴드 신문을 넣어 들고 나타났다. 기자시절 여의도 의원회관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로, 선거철 선거사무소로 한국의 국회의원들을 수차례 만났던 나로서는 그의 등장이 국회의원의 등장치고는 참 한국과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하긴 내가 그렇게 다닌 따는 6공화국 시절이었으니 한국도 그 시절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국회의원의 등장은 혼자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 꼭 "의원님 나오십니다"하는 앞사람을 세우기 마련인데... 드라마를 보고 하는 얘긴가?

제임스 베리 의원은 자기가 마련한 서저리surgery에 지금까지 한국인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며 한국인이 많이 방문해 지역민으로서 민원이나 고충을 토로해 자기에게 도움을 청하면 힘껏 돕겠으며 한편으로 유권자로서 조언을 해주면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찾아온 목적을 얘기했다.

그는 한인사회에 대해 어느 정도(이것이 내 느낌상 적절한 표현이다) 알고 있었다. 놀랍고도 씁쓸한 것이 한인회의 어두운 측면까지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인회 사무실을 두고 서로 쓰겠다고 싸우다 열쇠를 바꾸고 하는 등의 얘기까지 그의 입에서 나왔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이런 얘기 나오면 정말 낯부끄러워진다. 누군가 한인이 알려줬으니 저럴 테지 하고 생각이 들어 친한 한국인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알려주는 친한 한국인 주부가 있다고 했다. 그분, 너무 많이 알려줬다. 

참 편한 사람이었다. 다음날 마침 한국음식축전이 있어 와달라 했더니 일정을 확인하고 연락하겠다며 그 재활용 가방에 새로 나온 한인헤럴드를 한 부 넣고 갔다. 바로 전화가 왔다. 참가하겠다고. 그는 다음날 인도 출신 아내와 함께 행사가 열린 파운틴펍 가든에 왔다. 그날 하이스트리트를 같이 가면서 보니 그 부부는 여느 시민과 다를 바 없었다.

지난 선거에서 그는 지역 4선 의원이던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 에드워드 데비Edward Davey 장관에게 2,834표 차이로 이겼다. 파란이었다. 그런데 2,834표 차이로 의원이 바뀐다면 우리 커뮤니티Community도 생각해 볼 일이다. 낙선한 데비 장관도 1997년 총선에서 보수당 후보에게 56표 차이로 이긴바 있다. 국회의원의 행보를 냉혹하게 얘기하자면 표가 있는 곳에 움직이기 마련이다. 제임스 베리 의원이 한인헤럴드를 찾아온 것이나 한국음식축전에서 축사를 한 것은 한인사회의 커진 위상과 무시 못 할 표의 힘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면서 그 만큼 권리를 주장할 위치에 온 커뮤니티가 됐다. 그런데 아직 지역구 의원이 아는 우리의 에피소드가 한인회 사무실 열쇠 운운 한다면 부끄럽지 않나.

제임스 베리 의원이 한인헤럴드를 찾아온 날, 편안한 만남이었지만 색다른 또 하나의 기억. 헤어지면서 그에게 차를 주차하기 불편하지 않았냐 물었더니 아직 차가 없다고 했다. 이런, 이 경우는 어떻게 이해하나. 참 혼란스러웠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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