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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메르스 괴담

hherald 2015.06.08 18:36 조회 수 : 1042

 

슬프게도 나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는 말처럼 우려했던 대로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말만 무성하고 예상했던 대로 메르스와 관련해 허위사실이나 괴담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협박만 나왔다. 많이 봤던 모습이다. 물에 빠진 아이들 살리는 것보다 괴담 유포자 찾는 것에 더 열중했던 세월호 당시의 모습을 박근혜 정부는 복사판으로 다시 보여준다.

질병 확산보다 괴담 확산을 더 두려워하는 정부의 모습. 경찰은 괴담 유포자 수사에 나섰다고 빠른 움직임을 자랑한다. 메르스에 대한 대책은 없지만 괴담 확산 방지는 말이 나오자마자 철저히 대책을 세웠다는 느닷없는 어설픈 자랑.

메르스 괴담이 왜 나왔을까. 아니 메르스 괴담이란 게 뭘까. <어느 병원에 가지 마라, 이미 환자가 다녀갔다>는 것이 일종의 괴담이다. 이 얘기가 왜 괴담이라는 것일까. 바로 그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괴담이라는 것. 그럼 이 괴담은 왜 나왔나. 어느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했는지, 어느 병원이 이들을 돌보고 있는지를 전혀 밝히지 않는 정부의 공개 거부 때문이다.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니까 일반 국민의 추측이 나온다. 왜 추측하느냐고? 살려고 하는 것이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병은 퍼지고 환자가 늘어도 정부는 지역과 병원을 밝히지 않았다. 이유는? 국민의 공포와 걱정을 줄이려 일부러 공개하지 않는다고? 어처구니 없는 궤변이다. 실상은 병원 이름이 나오면 환자가 가지 않아 병원이 경영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병원 장사를 위해 밝히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병을 잡겠다는 건가. 국민을 잡겠다는 건가. 환자 찾아내는 것보다 괴담 유포자 찾는 것이 더 급한 정부. 그 속에서 허둥대며 감추기에 급급한 인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게. 마스크가 필요 없다던 보건복지부 장관은 왜 마스크를 쓰고 다니냐고. 

대표적인 괴담이라는 <메르스의 공기 감염이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말을 대표적 유언비어로 꼽고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그런데 이 괴담은 맨 처음 보건복지부에서 나온 말이다. 말하자면 괴담의 근원지가 보건복지부다.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의 홍보자료를 보면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침 또는 콧물 등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비말)이나 '공기 전파',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돼 있다. 이 홍보자료는 현재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지만 사실 전후를 따지자면 처음 자기가 말하고는 지우고 괴담이라 규정하고 떠들면 처벌하겠다고 으르릉댄다.

다시 말하지만 괴담이 왜 나왔을까. 정부가 잘못해 병이 퍼지는데 정보는 정부만 갖고 있겠다니 불안한 국민은 살아보겠다고 다른 통로로 정보를 찾는다.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온 날 운동회를 하는 관련 정부기관을 믿어야 하는가. <덜 익은 낙타 고기는 먹지 마세요>를 메르스 예방 대책이라고 내놓는 정부를 무조건 믿으라니...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었던 국민이 어떻게 됐는지 잘 아는지라 국민끼리 정보를 퍼 나르다보니 물론 잘못된 의학지식도 첨가되고 지역 특수성도 보태지고... 괴담 아닌 괴담이 나온 것이다. 더욱이 일부 괴담은 정부가 먼저 말 한 내용이니 어쩜 괴담이 아닌 정설일 수도 있다는 뜻?

메르스 괴담? 불안한 정부를 못믿는 불쌍한 국민의 살아보겠다는 절규로도 들리는 이유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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