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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또 터지는 푸아그라 윤리 논쟁

hherald 2015.03.23 19:17 조회 수 : 908

 


푸아그라를 생산하는 업체가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당했는데 프랑스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고발한 단체는 L214라는 동물권리 보호단체이며 고발당한 곳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푸아그라 회사인 어네스트 술라르. 고발은 2013년에 시작됐다.

L214는 어네스트 술라르가 거위와 오리 사육을 위해 음식물을 강제로 먹이는 등 동물을 학대했다며 사육사가 더럽고 비좁은 우리에 갇힌 거위와 오리에게 기구를 이용해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영상을 증거로 공개했다. L214는 호텔업체인 노보텔을 고발한 적이 있는데 아침 식사에 사용하는 달걀이 비윤리적으로 사육된 닭에서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고발당한 어네스트 술라르는 프랑스에서 첫째가는 푸아그라 생산 업체다. 샹젤리제 거리 중심에 있는 프랑스 유명인사들의 아지트인 <르 푸케>와 같은 파리 최고급 레스토랑들은 모두 어네스트 술라르에서 생산한 푸아그라를 쓴다. L214는 믿을만한 인사를 통해 영상을 얻었다고 했으나 어네스트 술라르는 이 동영상이 날조됐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어네스트 술라르의 무죄를 선고. 시민단체가 소송비 5천 유로를 물게 됐다.

푸아그라는 프랑스의 대표 음식이지만 동물 학대가 연상되는 대표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푸아그라(foie gras)는 프랑스어로 '기름진 간'이라는 뜻. 정확히는 지방간에 걸린 거위나 오리의 간이다. 많이 먹고 안 움직이면 걸리는 병이 지방간. 그래서 거위나 오리를 억지로 많이 먹이고 못 움직이게 하여 강제로 이 병에 걸리게 하는 것이다. 만드는 과정을 알고 보면 얼마나 잔혹한지 <너희가 보신탕을 욕하느냐>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언제 한 번 서술한 적 있는데... 태어나자마자 오리 새끼는 암수 분리된다. 암컷의 간은 정맥이 너무 많아 못쓴다. 암컷은 버린다. 프랑스 법은 산채로 갈거나 비닐봉지 안이나 이산화탄소 가스로 질식시키는 것을 허용한다. 선별된 수컷은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 야외에서 기른다. 약 3개월이면 성체가 된다. 그러면 축사로 옮겨진다. 살 찌우기 단계. 움직일 수 없는 좁은 우리에 가두고 목구멍에서 위까지 금속관을 끼운다. 강제로 옥수수를 집어넣는다. 3초 펌프질로 10킬로그램 사료를 1분 만에 모두 위에 집어넣는다. 이렇게 하면 간 기능장애, 혈액순환, 신경계, 소화계에 문제가 생겨 설사, 장염, 저혈당성 혼수, 구토 등과 같은 여러 질병이 생긴다. 처음 몇 차례는 강제로 먹이는 것이 두려워 사육사가 나타나면 거위가 뒷걸음쳐 도망가는 동작을 하는데 몸이 불면 몸을 돌리지도 못한다. 물론 이렇게 계속 먹이면 죽는다. 그래서 딱 12일간 강제로 먹인다. 죽기 직전, 간은 정상 크기 몇 배로 부풀어 지방간에 걸리면 그때 도살한다.

푸아그라 논쟁이 나오면 우리에게는 늘 '개고기=전통음식'이라는 주장이 재생된다. 떠오르는 인물이 섹스 심볼로 50~60년대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프랑스 영화배우 브리짓 바도르. 그녀는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비난하며 개고기를 먹는 것은 야만적 풍습이라고 했는데 손석희와의 전화 인터뷰 중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려 한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당시 손석희가 <한국에는 식용 개와 애완용 개가 따로 있는 것을 알고 있나> 묻자 그녀는
<먹는 개와 집에서 키우는 개를 구분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다. 개를 먹는 것은 식인문화다.>라고 했다. 벽하고 얘기하는 심정.

지금 세계 곳곳에서 푸아그라 퇴출운동이 이어지는 것은 프랑스의 문화와 유산을 퇴출하는 것이 아니다. 거위 목에 금속관을 꽂는 푸아그라 생산업체가 더 잘 알 것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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