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후쿠시마 효과'라는 말이 있다. 후쿠시마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원전사고가 발생한 일본의 도시다. '후쿠시마 효과'라는 말은 2012년 10월 일본과 프랑스의 축구 경기에서 일본이 승리했는데 이 경기에서 일본의 가와시마 에이지 골키퍼가 맹활약을 했다. 프랑스의 한 방송국에서 에이지 골키퍼의 경기력을 칭찬하면서 팔이 4개인 합성사진을 썼다. 팔이 4개인 듯 선방을 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이것이 후쿠시마 효과라는 표현을 하면서 문제가 됐다. 방사능에 오염된 기형아의 의미가 된 것이다. 

이번에는 프랑스의 주간지가 만평을 통해 '후쿠시마 효과'를 꺼집어 냈다. 후쿠시마 오염수 누출 사태에도 일본 도쿄가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상황을 풍자했는데 팔과 손가락이 기형적으로 많은 스모 선수들이 폐허가 된 후쿠시마 원전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내용의 만평이다. 스모선수라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삐쩍 마른 두 선수 뒤로는 방호복을 입은 심판관 2명이 앉아있다. 이 상황을 중계하는 뉴스 리포터는 "후쿠시마 덕택에 스모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대단하다"고 말한다. 리포터 역시 배 부분에 방사능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다. 또 다른 만평은 수영장 앞에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2명이 서 있는 그림에 "후쿠시마에 올림픽 수상 스포츠 시설이 이미 건설돼 있다"는 설명을 달았다.

일본은 발끈했다. 관방장관이 나서서 수많은 재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행위라고 항의했다. 그런데 해당 프랑스 주간지는 사과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앞서 프랑스 방송국은 사과한바 있는데 해당 주간지는 <프랑스에서는 비극을 유머로 다루기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며 <단지 유머의 의미 일 뿐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만화가에게는 현재진행형의 비극을 다룰 자유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진행형의 비극. 도쿄 올림픽 유치를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자신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과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꼬는 표현이다. 아니,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사태 감추기에 급급해하는 '원전 마피아'의 막강한 횡포를 여전히 고발하는 표현으로 들린다.

도쿄전력과 정계, 학자로 구성된 원전 마피아들은 경제성을 우선으로 삼고 안전에 대한 경고는 철저히 무시했다. 원전 마피아에 대항하는 간 나오토 전 총리조차 속이고 그에 대한 거짓말을 언론에 뿌려 사퇴로 내몰았다. 똘똘 뭉친 원전 마피아의 이기심이 사고를 불러왔다는 비난은 아직도 여전하다. 원전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든다는 것을 알고도 도쿄전력은 그 사실을 참의원 선거가 끝날 때까지 국민에게 알리지 않을 정도다.

조직의 이해관계에 철저하게 뭉쳐있고, 그 이해관계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폭력과 살인을 거침없이 행하며 금융, 산업, 정치에 포진해 검은 경제를 장악하는 어둠의 조직, 마피아. 원전 마피아의 후쿠시마 효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헤럴드 김 종백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