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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이집트 여행을 나선 한 중국인이 이집트 보물에 ‘왔다 간다’는 낙서를 남겨 중국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대 이집트 룩소르 신전의 3000여년 된 부조 문화재에 중국어로 ‘띵OO 왔다 감’이라는 낙서를 한 사진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 사진은 이달 초 이집트 단체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촬영해 보관하고 있다가 최근 올렸다. 그는 “낙서를 발견할 당시 모두가 부끄러워했으나 ‘제멋대로 문화재를 훼손하지 말자’는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인터넷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 사진이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낙서를 한 중국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급기야 누리꾼들은 ‘신상털기’에 들어갔고 난징에 사는 중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낙서를 한 중학생이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나라 망신’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 기사를 보다가 지난해 미국 유적지에 낙서를 했다가 법정에 선 한국인의 기사를 본듯해서 찾아봤다.  간추린 내용은 이렇다. 미국 엘 모로 바위는 약 1000년 전 멕시코 원주민이 남긴 그림과 문자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1700년 이후 이곳을 다녀간 유럽과 남미의 탐사가들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미국 국립공원의 사적지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적의 미국 유학생인 남녀 커플이 바위에 이름을 새겨 넣었다가 문화재 훼손으로 미국 법정에 섰다. 국립공원 관리 당국은 그들이 남긴 이름과 국적을 토대로 수사했고 페이스북을 통해 신원을 확인해 이들을 붙잡아 3만 달러의 벌금의 물렸다. 엘 모로 바위 바로 옆에 낙서를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었다. 법정에서 이 한국인 커플은 영어를 잘 몰라서 그것이 낙서를 해도 된다는 내용인 줄 알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유학생이 그 정도의 영어도 몰랐다는 것보다 더한 것은 문화재에 낙서를 하지 않는다는 기본 상식도 몰랐다는 것을 미국과 세계에 알린 것이다. 당시 해외토픽으로 이 소식이 전 세계에 퍼졌고 세계 각국어로 비난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낯부끄러운 사건이었다.

젊은 커플은 자기 사랑을 확신하고 싶어서인지 대놓고 이름을 알리는 낙서를 한다. 술집 벽이야 어떨까마는 그것이 허용된 장소가 아닌 곳에 하니까 문제다. 문화제에 낙서를 하는 학생들에게 낙서를 하는 이유를 물었더나 오래된 건물에 낙서를 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뤄진다는 자기들만의 속설이 있다고 대답했다니 참 어이없다. 왜 그렇게 왔다 간다는 흔적을 남겨야 하는지. 강아지처럼 영역 표시하는 것도 아니고, 기록이나 흔적을 남기려면 방명록도 있는데... 이런 것은 양심에 맡길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더 난감하다.

낙서야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도 있었다. 일본에서 천 년 정도가 된 문의 조각을 발견했는데 그곳에도 당시의 낙서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곳에 남겨야 그나마 낙서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훼손이고 파괴다. 중국 만리장성에 한글로 낙서를 하면서 중국을 욕하는 내용까지 있어 중국인의 공분을 샀던 사례가 2008년에 있었다. 그 낙서는 중국의 반한감정까지 일으켰다. 세계 유명 관광지에 어김없이 보이는 한글 낙서를 보면 참 지우고 싶다. 에펠탑이나 제우스 신전에 발견되는 한글은 나라 망신이다.

낙서도 어느 측면에서 보면 반달리즘이다. 문화적 예술품, 종교시설, 문명을 파괴하고 훼손하는 행위니까 반달리즘이라고 볼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미국 학생이 반달 행위를 했다가 잡혀 곤장을 맞고 풀려난바 있다. "나 여기 왔다 간다"는 것이나 "누구 누구 이름과 조잡한 하트 그림"의 낙서는 애교로 남지 않는다.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남고 문화유산에 수치스런 흉터를 안길 뿐이다. 하면 안 되는 곳에 한 낙서는 훼손이고 파괴다. 그리고 망신으로 돌아온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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