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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네스호에 '네시'는 없다?

hherald 2019.09.09 16:28 조회 수 : 4209


영국 스코틀랜드 네스호에는 정체불명의 생명체 네시가 있을까.
이번에는 뉴질랜드 연구진이 네스호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의 목록을 갖고 eDNA 분석법으로 괴물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주변에서 채집한 배설물, 비늘 등을 분석해 네스호에 사는 동물과 같은지를 비교하는 방법인데 전혀 다른 DNA가 나오면 괴물이 산다고 볼 수 있다는 식이다. 왠지 더 이상 없다는 걸 확인하려는 '마지막 과학적 규명'의 느낌이 든다.

 

네시는 네스호에 1500년 전부터 살았다. 단지 전설로만 살았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수호성인인 성 콜럼바는 네스호 주변에서 포교하던 중 사람을 잡아먹고 괴롭히는 물짐승을 만났다. 성인이 십자성호를 긋고는 말했다. "가거라. 다시는 사람들에게 접근하지 말아라." 그러자 물짐승은 호수로 돌아가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습을 보이지 않던 전설의 물짐승이 네스호의 괴물이 되어 현실에 다시 나타난 것은 1930년대 초반부터다. 1933년 네스호 주변으로 도로가 정비되면서 사람들의 통행이 잦아졌다. 사람이 많이 다니다 보니 괴물을 봤다는 목격담도 많아졌다. "아주 긴 목과 작은 머리, 작은 꼬리, 그리고는 호수로 사라졌어요."

네스호의 표면이 거칠어 물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헤엄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며 실제로 커다란 나뭇가지 같은 것을 떠다니면 이를 괴물로 착각할 수 있다.

 

좀 더 근거가 있는 가설로는 헤엄치는 코끼리를 괴물로 착각했다는 것. 1930년대 네스호 주변에는 서커스 공연 등이 빈번했다고 한다. 서커스에는 코끼리가 동원됐는데 공연이 없을 때 코끼리가 네스호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마치 괴물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실 코끼리는 수영을 잘한다. 물에 뜬 상태로 수영을 잘하는데 코만 물 밖으로 내밀어 숨을 쉰다. 뱅골코끼리는 바다에서도 수영을 한다고. 수영하는 코끼리가 코만 물 밖으로 내민 모습이 머리가 작고 목이 긴 괴물 네시의 모습이 된 게 아닌가 하는 가설이다.

네스호에서 촬영된 것이라 주장하는 네시의 모습은 대부분 조작된 것이다. 가장 유명한 사진인 1934년 <데일리 메일>에 게재된 것도 사기 촬영에 동원된 의붓아들이 1993년 죽으면서 모든 것을 고백해 그동안의 의혹이 밝혀진 바 있다. 

 

과학적으로 답이 나온다. 네스호에는 플랑크톤이 부족해 30t 정도의 어류만 살 수 있다니 300kg가 넘는 포식자는 당연히 살 수 없다. 돈 많이 쓰기로 유명한 BBC가 음파 탐지기와 위성 추적기를 동원해 600차례 네스호의 돌 하나까지 다 조사했다. 대형 생물체는 없었다. 연어는 있었다. 그래서 혹시 대형 장어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온게 다다. 

 

네시 관련 경제 효과가 약 3조 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심심하면 한 번씩 호수에서 목을 내미는 사기극의 주인공이 됐다. 지역경제가 침체하면 가끔 한번씩 불러와야 하는 관종이 되었다가 이제는 <네스호에 '네시'는 없다>라는 확인사살을 하더라도 마지막 관종이 되려는 몸부림이랄까. 관심에 목메는 전설로 추락한 네시는 옛 동화나 추억이 되기에도 너무 간 느낌이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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