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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스코틀랜드는 세계 최초로 공립학교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교육과정에 포함한다는 말은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을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뜻인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관계를 이해시켜 그들을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며 차별하지 않고 편견을 갖지 않도록 가르친다는 말이다. 학교에서 교과과정으로 학생들에게 성소수자를 이해하고 편견을 갖지 않도록 가르친다는 것은 대단한 변화다.

 

영국은 마거릿 대처 시절인 1988년 '섹션 28 법안'이란 걸 만들었다. 동성애에 대해 공개적으로 긍정적 견해를 밝히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다. 모든 매체에서 성소수자를 다루면 안 됐고 학교에서 동성애를 금지하며 오히려 동성애 반대 교육을 하고 학교 도서관에 동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의 책이 있으면 없앤다는 법이다. 말하자면 동성애로 대표되는 성소수자라는 개념과 존재를 모두 없애버리자는 시도였다. 많은 성소수자가 이에 반대해 커밍아웃하고 국회의사당과 방송국에 난입해 항의하는 시위가 많았다. 섹션 28 법안은 스코틀랜드에서 2000년에 없어졌고 잉글랜드를 비롯한 다른 지역은 2001년에 폐지됐다. 지금 영국 의회에는 27명의 성소수자가 있을 만큼 인식과 현실이 변했는데도 마거릿 대처가 남긴 성소수자 혐오의 잔재가 영국에 아직 있다고 성소수자 캠페인 그룹은 주장해왔다. 이번 스코틀랜드의 교육과정 개편이 그래서 그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거다.

 

성소수자는 여러 부류로 나뉜다.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이 LGBTI. 레즈비언 Lesbian, 게이 Gay, 양성애자 Bisexual, 트랜스젠더 Transgender에 간성 Intersex을 포함한다. 간성이란 육체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모두 있는 사람을 말한다. LGBTI들을 흔히 퀴어 Queer 라고 부르는데 이상하다, 색다르다, 라는 뜻이었지만 지금은 성소수자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단어가 됐다. 퀴어 축제는 성소수자들의 축제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잘못된 정보에 바탕을 둔 편견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인간의 성적 다양성을 배우고 타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존중하는 방법-을 받으면 그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런 변화를 반기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스코틀랜드 교육 당국의 조치가 갖는 의미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진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문화와 전통, 특정 종교들의 내부 윤리에 따라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것이 바로 <문제는 성소수자가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라는 명쾌한 명제를 만든다. <문제는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라는 말은 모든 사람, 모든 시대, 모든 문화권, 모든 종교에서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LGBTI가 사회적으로 위험한 이들이 아니며 질병을 가진 이들은 더욱 아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이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것이나 특정 인종이 더 우월하다고 믿는 것처럼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보다 더 우월하다고 믿는 편견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은 허위와 편견 대신 지식과 경험을 가르치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교육 당국의 결정이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 대신 정확한 지식을 알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참교육의 본보기가 될 거로 보인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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