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에서 승리한 뒤 한국 대표팀의 미드필더 박종우는 관중으로부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걸개를 건네받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 세리머니 때문에 박종우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IOC는 개인에게 주는 동메달도 박탈할 수 있는 후속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우의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는 정치적인 목적의 선전활동을 금지하는 올림픽헌장 50조를 위배한 것이라고 일본 측에서 항의한 데서 비롯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축구에 진 일본인들에게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 됐다고나 해야 할까.
이번 사태에 한국의 IOC 위원과 대한체육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겠지만 누구보다 한국의 네티즌은 빠르고 무섭다. 예상대로 호락호락할 한국의 네티즌들이 아니다. '독도는 우리땅'이 올림픽의 순수성에 위배된다면 일본 관중석에서 흔들던 '욱일승천기'도 문제가 된다고 한국 네티즌들이 들고 나섰다. 그리고 이 점을 들어 IOC에 대응하라고 힘을 보탠다. 축구경기가 있던 날 일본 응원단은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흔들며 응원했다.
욱일승천기는 일본 국기인 일장기에 8줄기의 붉은색 햇살이 퍼져 나가는 문양을 더한 것으로 일본 정식 국기와는 다르다.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운 태평양 전쟁 시기에 대동아기로도 불렸는데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이 깃발 아래 무수한 전쟁 범죄가 저질러졌다. 일제의 욱일승천기는 흔히 나치 독일의 '독도는 우리 땅' 파시스트 이탈리아의 파스케스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서구에서는 2차대전 이후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독일 응원단이 하켄크로이츠를 흔들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욱일승천기도 전쟁범죄를 상징하는 전범기다. 역시 2차대전 이후 연합군에 의해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그런데 욱일승천기에 대해 서구의 시선은 대체로 관대하다.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에는 직접적인 피해를 본 문화권이어서 그런지 난리를 치면서 욱일승천기는 그저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 하는 정도다.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 체조 선수단은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이 유니폼을 인정한 IOC는 아마도 욱일승천기에 직접 피해를 본 아시아권 국가의 고통을 남의 일로 생각하나 보다. 아시아권에서는 욱일승천기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 반만 알아도 대표 선수 운동복에 욱일승천기를 그려넣는 일이 가능하며 과연 허용될 수 있을까. 서구의 시각으로 보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아시아권의 시각에서 보는 일제의 욱일승천기는 같이 금기시돼야 하는 전범기라는 역사인식이 필요하다.
독도가 분쟁지역이 아니고 아무 데나 욱일승천기를 들고 나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이참에 박종우의 동메달을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 그 메달은 동메달 하나 이상의 의미가 있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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