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잡지, 방송 등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를 통신사라고 한다. 언론사가 외국의 뉴스를 수집하려 자사 특파원을 파견하기도 하지만 모든 나라에 특파원을 파견하기가 어려워 통신사의 뉴스를 받아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세계에서 내놓으라는 통신사는 대부분 서방 언론이다. 세계 4대 통신사로 꼽히는 AP, UPI는 미국 언론이고 AFP는 프랑스, 로이터는 영국에 있다.
4대 통신사 중 하나인 로이터통신이 박근혜 의원의 대선 출마 소식을 전하면서 '독재자의 딸(Dictator's Daughter)'이란 표현을 썼다. 더 정확히 말하면 <피살당한 한국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아시아의 경제 강국인 한국을 이끌 최초의 여성이 되기 위해 7월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했다. 그리고 로이터는 독재자 박정희는 <1979년 개인 술파티(drunken private dinner)에서 총탄에 피살>됐고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11살이었던 그녀는 1974년 어머니가 피살되고 5년 동안 한국의 영부인으로> 살았다고 했다. 특히 부끄럽게도 <미리 준비된 대본에 의지하는 '수첩공주(notebook princess)'라는 별명이 붙여졌다>라는 설명도 붙였다.
세계 4대 통신사 중 AP와 AFP가 박근혜 의원을 '독재자의 딸'이라 표현한 것은 오래 전이다. 미국 AP통신은 박 의원이 2004년 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한국의 전 독재자 딸, 제1야당 대표 되다>라는 제목으로 <야당이 여론의 지탄을 받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당의 운명을 되살리기 위해 전 독재자의 딸을 대표로 선출했다. 박 의원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암살될 때까지 18년 동안 엄격한 반공 정책 하에 한국을 철권통치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AFP통신도 당시 <한국 야당, 독재자의 딸을 대표로 선출하다>라는 제목으로 유사한 내용의 보도를 했다.
그나마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2011년 9월까지 박 의원을 <한국 근대화의 아버지의 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국 '독재자의 딸'이 됐다. 아마도 다른 통신사의 표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르몽드>나 미국의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들이 올해 4월 보도에서 일제히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을 쓰니까 여기에 영향을 받은듯하다. 그래서 박 의원에 관해 꽤 직설적이며 상세한 신상 보도를 했다. 그러다 보니 '수첩공주'까지 나왔다. 로이터는 <제가 가난 때문에 고생하던 시절에 그분은 청와대에서 공주처럼 살았다. 제가 독재권력에 맞서 싸울 때 그분은 독재권력의 핵심에 있었다>라는 문재인 의원의 말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로이터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독재자의 딸. 미래를 말하면서 과거에 머물러 있고, 아버지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부모의 향수를 동원해 인기를 끌려 하니 그런 말을 듣는 걸까. 민주주의 수업보다 통치 수업을 먼저 받아 아버지의 세계관을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한계가 그런 말을 듣게 하는 걸까.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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