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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그나마 덜 외로운 영국 노숙자들

hherald 2012.07.02 18:58 조회 수 : 3290

그나마 덜 외로운 영국 노숙자들


영국 왕세손비인 케이트 미들턴이 영국에 많은 노숙자 처럼 길거리에서 잠을 잔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윌리엄 왕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이 노숙체험을 하기로 했다. 노숙자 문제를 환기시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숙자를 위한 자선단체인 '센터포인트'에서 노숙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노숙을 한 번 하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그녀 남편인 윌리엄 왕자도 노숙자 자선단체의 지원 차원에서 노숙한 적이 있으니 케이트 미들턴도 일단 말을 했으니 노숙을 한차례 할 것이다.

윌리엄 왕자는 2009년 겨울에 노숙을 체험했다. 청바지와 회색 셔츠를 입고 털모자를 눌러 쓴 모습으로 나타나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진 추위 속에 런던의 어느 다리 근처에서 길거리 잠을 잤다. 당시 윌리엄은 노숙체험 소감으로 "가난과 가정불화, 마약, 정신질환 등이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돕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노숙자를 위한 아침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윌리엄 왕자는 노숙자를 꽤 생각하는 인물이다. 노숙자 구호단체인 '센터포인트'를 2005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10대 노숙자들과 등산을 가기도 했다. 노숙자를 염려하는 것은 다분히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 단체는 윌리엄 왕자의 어머니인 다이애나비가 생전에 지원했던 곳이다. 물론 다이애나비는 노숙체험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왕세손비인 케이트 미들턴은 노숙하기로 했다. 만약 한다면 두고두고 화제가 될 것이다.

영국에는 정말 노숙자가 많다. 조사에 따르면 노숙자 열 명 중 한 명은 대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라 한다. 46%가 전공학위나 미용 치료사와 같은 전문 자격증을 소유한 고학력자다. 왜 노숙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다. 노숙자가 많으니 이들을 돕는 손길도 많다. 간혹 노숙자가 잠을 재워준 사람을 살해하고 돈을 훔쳐간 사건이나, 박물관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을 망쳐놓은 사건 등이 일어나면 그들에 대한 동정론이 수그러질 만도 한데 노숙자를 보는 시선이 대체로 관대하다. 노숙자들이 데리고 있는 개 때문에 관대한 것이 아니다.

노숙자를 돕는 데는 한국인도 있다. 어느 한인 목사님은 매주 밥을 퍼주고 있다. 팔순 가까이 된 노영하 씨는 영국 노숙자들 사이에 유명한 인물이다. 노숙자 잡지인 '빅이슈'에도 소개됐다. 윌리엄 왕자가 노숙하는 사진이 붙은 작은 밴을 운전하며 그 안에 옷과 이불을 모아 필요한 노숙자들에게 나눠준다. 가끔 집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굶지 않도록 돌본다. 은혜도 모르고 노인네의 휴대전화를 훔쳐가기도 하지만 오늘도 이불을 얻어다 길거리에서 자는 그들을 덮어준다. 그렇게 밤을 새워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이 보람이라고 했다.

윌리엄 왕자 부부와 한국인 목사님과 노영하 씨... 이래저래 영국의 노숙자는 덜 외로운듯하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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