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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의 올해 수상자로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선정됐다. 최근 티베트인 승려와 여승 30여 명이 분신해 20명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중국의 탄압정책에 온몸으로 항의하고 있는 중에 달라이라마의 수상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존 템플턴 재단은 “보편적 윤리와 비폭력, 세계 종교 간 조화를 위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목소리를 내왔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노벨상을 노벨이 만들었듯, 템플턴상도 템플턴이 만들었다. 미국 태생 영국의 금융인이자 자선사업가인 존 마크 템플턴은 노벨상에 종교 부문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템플턴상을 만들어 매년 종교 분야에서 인류를 위해 크게 이바지한 인물들에게 상을 줬다. 1972년에 제정됐는데 1973년 1회 수상자가 마더 테레사 수녀였다.

흔히 템플턴상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종교적인 이유로 상을 수여하는 건 아니다. 종교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인류의 정신적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살아 있는 사람에게 상을 준다. 이 상을 만든 템플턴 경은 정신적인 차원에서 진보를 이루는 것이 노벨상이 추구하는 수상업적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역대 수상자를 보면 종교계 인사를 비롯해 작가 알렉산더 솔제니친, 물리학자 프리만 다이슨, 철학자 찰스 테일러 등 각 분야에 걸쳐 있다.

최근에는 물리학자가 수상자로 많이 선정됐다. 이는 1987년 존 템플턴 재단이 세워지면서 종교적인 주제와 관련한 과학 분야를 진흥시키기로 하면서 시작된 현상이다. 종교와 과학은 오랜 갈등의 세월을 거쳤고, 물과 기름처럼 공존하기 힘든 것인 만큼 종교계의 노벨상인 템플턴상이 과학자에게 상을 주는 것은 과학계를 향한 화해의 손짓이며,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노력이라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템플턴상은 과학과 종교 간의 이해를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상자가 있다. 1992년 한경직 목사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수상했다. 약 20억 원에 달하는 상금을 북한을 위한 선교헌금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1분 동안 백만장자가 돼 봤다"며 웃었다는 일화가 있다.

템플턴상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상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상금은 110만 파운드다. 해당 연도 수상자의 연설을 듣는 공식 행사는 매년 장소를 바꿔가며 열리지만 수상패와 수상금은 항상 영국 왕실에서 준다. 템플턴이 영국인이어서인지 상당히 영국식이다. 버킹엄 궁에서 주로 수여식을 하는데 올해는 5월 14일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에서 거행된다.

지난해 10월, 달라이라마의 사진을 껴안은 티베트 승려가 분신 자살하는 사진을 봤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중국의 탄압에 온몸으로 저항하다보니 통곡의 땅이 되어버린 티베트에 달라이라마의 템플턴상이 작은 위안이나마 될까? 인류의 정신적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이에게 준다는 이 상이 티베트에 어떤 위안이나마 될까?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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