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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이 한 말이다.

가장 단순한 질문을 하나 해보자.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등은 누가 만드는가. 답은 누구나 안다.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은 당연히 국민이 만든다고 대답할 것이다. 아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국민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냥 '국민'이 아니라 '투표하는 국민'이 만든다.

이것은 드라마 <프레지던트>에 나오는 대사다. 그렇다. 드라마 대사처럼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산다. 표를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뛸 정치인은 없다. 우리 스스로 정치를 할 수 없어서 대표자에게 우리 권리의 대부분 위임하는 현대 간접민주주의 체계에서 그런 대표자가 되려는 자를 자기 기준에 선호하는 인물로 선택하는 '투표'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대표자가 되려는 이들은 경쟁한다. 그들은 서로 자신의 지도력이 제대로 된 것이라 주장한다. 사람을 선택하든, 그 사람의 정책을 선택하든 선택은 투표를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투표할수록 그 결정은 국민의 의사에 가까운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조한 투표율로 나온 결정은 국민의 의사와 동떨어진 것이다.

더 쉬운 풀이를 보자. 왜 투표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대한민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와 있다. 6학년 2학기 사회과 탐구 14쪽에 있다. <투표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서 나랏일을 하시기 때문에 아무나 되면 안 되겠죠? 자칫하면 중우정치(어리석은 사람들의 정치)가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투표를 해서 올바르게 나랏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투표를 하는 것 또한 정치에 참여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번 재외국민선거는 재외국민유권자 223만 3,000여 명 중 총선 등록자가 고작 5% 남짓한 12만 4,000여 명으로 등록률부터 초라했다. 영국은 전체 예상유권자 34,392명 중 3.55%에 불과한 1,222명이 등록해 더 초라했다. 하지만 어쩌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듯 투표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은 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무보다 투표를 거부할 수도 있는 권리를 중요시하는 자율투표 국가다. 그렇다면 투표를 하겠다고 등록한 1,222명이 영국에 사는 전체 재외국민을 대표하는 대의원처럼 이번 투표에 참가해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떠안아야지.

누구를 찍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하거나 나와 투표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면 앞서 드라마의 대사처럼 그렇게 투표를 포기한 사람을 위해 뛰어줄 정치인은 없다. 1,222명의 의사라도 투표로 반영되어야지 우리 의사가 반영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투표는 권리다.

3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는 재외국민의 제19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이다. 재외선거 유권자로 등록한 사람은 이 기간 6일 중 언제나 주영대사관에 가서 투표하면 된다. 주말도 괜찮고 점심시간도 따로 없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언제라도 투표할 수 있다. 흔히 하는 말로 당부드린다. "투표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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