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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CNN의 예의 없는 음식 평가

hherald 2011.07.13 11:26 조회 수 : 6258

CNN의 예의 없는 음식 평가



미국 CNN이 운영하는 여행정보사이트 ‘CNN고(GO)’가 ‘세계 7대 혐오 음식’을 선정해 보도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런 기사를 쓴 것이 잘못인데 더구나 혐오음식으로 꼽은 7가지 음식이 모두 아시아 음식이었다. 서양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CNN이 선정한 7대 혐오 음식은 중국의 피단(皮蛋·삭힌 계란 또는 오리알), 필리핀의 타밀록(나무좀벌레 요리), 인도네시아의 발효 튀김 칩, 한국의 개고기, 태국의 매미 볶음, 캄보디아의 거미 튀김, 필리핀의 개구리 튀김 등이다.

중국인이 발끈했다. 피단 때문이다. 중국은 CNN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정확히는 중국 최대 계란기업에서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이다. 서한에서 <신선한 오리알로 만든 피단은 중국인의 위대한 발명이자, 수백 년의 역사를 담은 전통 음식으로 전 세계 20억 소비자가 사랑하는 음식>이며 <피단은 체내의 열을 식혀주고 치통이나 천연두 예방에 효과가 있는 등 몸에 좋은 보양 음식>이라고 했다. 또 <남의 나라 전통음식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함부로 음식을 비하하는 것은 무식한 오만과 타국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CNN이 사과했다. 기사를 썼던 기자는 중국 매체에 "중국 음식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중국인은 화가 안 풀려 ‘가장 역겨운 서양 요리’라는 제목의 설문을 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덜 익힌 쇠고기’, ‘냄새나는 치즈’, ‘질기고 노린내 나는 칠면조’, ‘토끼나 먹을 생(生)채소 샐러드’ 등 설문에 미국과 서양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담았다. 여담으로 얘기하면 중국인에게 가장 혐오스런 서양 음식으로는 '고린내 나는 치즈'가 꼽혔다.

CNN은 재미있자고 한 설문조사라고 할 것이다. 재미있자고 한 설문조사에 중국이 죽자고 달려 들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서양의 음식이란 게 유대교의 방대하고 복잡한 금식을 기본으로 하다보니 별의별것을 금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편협한 잣대로 아시아 음식을 깎아 내린 설문조사를 했으니 참 무식한 행동을 한 것이다. 한 나라의 기호식품이 다른나라의 혐오식품이 되는 다양한 문화권이 공존하는 곳이 지구촌이다. CNN이 이것을 몰랐을까. 아니면 아시아권 국가의 문화를 우습게 본 걸까.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벌레를 안 먹는 이유는 그것이 더럽고 혐오스러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먹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더럽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음식을 대할 때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가져야 한다. 그건 정말 최소한의 예의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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