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내노라하는 세계 정상들이 다 모인 마당에 세계 주요 항공사들의 연합인 스타얼라이언스·원월드·스카이팀 등 항공 동맹체는 백신접종을 완료한 승객은 격리를 면제하는 등 조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외여행을 하려면 국제선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나라마다 코로나 방역 규정이 달라 어려움이 있으니 일관된 프로토콜과 솔루션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그 기본요지는 국제선 비행기가 떠야 세계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간다, 그러니까 백신접종을 마치면 해외 여행을 해도 된다고 허락해 달라는 말이다.
그까짓 관광 안 한다고 사람이 당장 죽는 거 아니잖아, 라는 식의 답답한 사람이 요즘 세상엔 없을 것이다. 관광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세금, 자체 고용은 물론 연관된 서비스 산업이 창출하는 고용 기회, 교통, 숙박, 외식, 휴양, 환대산업 등 걸쳐진 팔다리가 너무 많아 관광업이 된서리를 맞으면 다른 많은 분야가 함께 추위에 내몰린다.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 유럽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은 유독 더 꺼졌다. 유럽은 관광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당장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세계 5대 관광 대국이다. 이런 국가는 인구보다 관광객이 더 많았다. EU 회원국에는 1천200만 명 정도가 관광업에서 일하고 GDP의 10%를 차지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 국제항공운송협회 IATA 등도 이번 항공 동맹체가 G7 정상회의에 보낸 읍소에 동참하고 나섰으니 관광업계의 속이 타들어 가는 게 보인다.
관광 觀光. 빛을 본다는 관광은 '역경'에 나오는 말로 어느 나라의 사절이 다른 나라를 방문해 왕을 알현하고 자기 나라의 문물을 소개하고 그 나라의 문물을 관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신라시대 최치원의 ‘계원필경’에 이 말이 나온다. 여기서 관광은 '과거를 보러 간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영광을 본다, 빛을 본다, 과거시험에 급제해서 영광을 본다, 시험에 급제해서 임금의 빛나는 용안을 본다, 하는 식으로 관광을 해석했다. "관광하고 오겠습니다" 인사하고 과거시험을 보러 떠났다.
코로나로 관광이 막히니 유독 더 절실해진다. 빛을 본다는 관광의 의미를 지난날 관광에서는 제대로 몰랐다는 반성이 코로나가 준 교훈이랄수도 있겠다. 도올 김용옥은 관광에서 보는 빛이 '우리 삶의 비전이요 희망'이라고 했다. 이제 코로나가 가고 자유로운 관광이 오면 단순히 보고 즐기러 떠난 잘못된 관광의 인식을 버리고 참된 의미를 찾는 관광으로 관광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는 관광을 해야겠다.
빛을 보는 관광 다녀오겠습니다, 하면서 과거시험 보듯 힘차게 떠나서 의미를 찾는 관광 다녀왔습니다, 하고 장원급제 한 듯 뿌듯하게 돌아온다? 아무튼 국제선 비행기 타고 제약 없이 떠날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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