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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영국의 백신 여권

hherald 2021.04.26 17:12 조회 수 : 3994

영국에서, 더 정확히는 잉글랜드에서 5월 중순부터 '백신 여권'을 발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워낙 여러 차례 나왔던 얘기라 정작 시행돼 봐야 알겠지만, 이 여권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다닐 때 필요한 것이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백신을 맞았다면 언제 어떤 종류의 백신을 접종했다는 이력이 여권에 적히는 것이다. 그래서 백신 여권이 있으면 입국 시 검진과 격리를 면한다. 물론 영국이 백신 여권을 만든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서 이를 받아줄지는 아직 모른다. 백신 여권 제도를 도입하는 각국 정부가 상호 인정하면 가장 간단히 해결될 문제지만 백신을 맞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그럴때는 제도 자체가 차별 요인이 되니까 생각만큼 단순하지도 않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 상황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려 여행 제한의 빗장을 걸었다. 여행 제한국, 여행 금지국, 입국 금지국, 직항 노선 취소 등... 백신 여권이란 여행 제한이라는 빗장을 일부나마 풀려는 시도다. 국제기구는 전염병이 발병할 때마다 여행제한 조치를 자제하라고 권고한다.(치사율이 높은 에볼라 때 WHO가 그랬다) 그러나 각국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이를 막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자국민의 뜻에 따라 모든 정부는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해 국민들에게 우선 '바깥 단속'의 방역은 마쳤다는 인상을 주려 한다. 누구나 우리는 괜찮은데 남들 때문에 불행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봐도 전염병은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겼다. 그래서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막으면 전염병도 오지 않았을 걸로 생각할 수 있다. 흑사병은 중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실크로드로 건너온 원나라 상인들이 북해 연안의 국가에 옮겼고 이를 크림반도에 살던 상인들이 화물선을 타고 쥐와 함께 지중해로 입국했다. 인도 내륙의 풍토병인 콜레라는 인도 주둔 영국군에게 옮겨 세계 곳곳을 침략한 영국군이 세계 곳곳으로 옮긴 후 자랑스럽게 영국으로 개선해서는 런던에도 역시 콜레라를 옮겼다. 과거는 그랬다.

 

과거는 그랬다는데 현대는 과거를 경험삼아 국경을 넘어 질병이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면 여행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코로나는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병이라 예방 차원에서 물리적인 거리두기를 강조하니까 아예 접촉을 않도록 여행 금지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봉쇄,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말들이 가장 빈번하게 들리는 시기에 여행 금지는 당연한 조치요 순리처럼 들리게 된다.

 

그런데 여행 금지 조치가 진짜 효과를 발휘하려면 한순간에 '뚝' 끊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관련 연구 결과다. (항공 여행 금지의 경우) 발병이 시작되는 시점에 도시들 간의 모든 비행을 중지하고 발병이 감지되는 시점에서 바로 금지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웃긴다. 발병 시작 시점을 어떻게 알며 언제 중지시키며 특히 모든 항공 운항 금지는 꿈에서도 불가능한 일 아닌가. 이런 연구는 다분히 수학적 모델에 기반한 것이지 현실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연구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항공 여행 제한이 질병의 확산 방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다시 백신 여권 같은 방안이 해결책으로 등장한다. 영국은 당장 자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이를 요구하는 상대 국가를 위해 발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경조사도 챙기지 못하는 답답한 한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길 기대한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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